새해가 밝았다고, 음력 설이 지났다고 나이를 더 먹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들은 과거와의 분기점이 된다.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과거보다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신체적인 나이와 영적인 나이는 다르다. 그리스도인은 견진성사를 받아야 영적 어른이 된다. 1월에 있었던 수원교구 청소년 견진 캠프에 참가한 견진성사 후보자들은 대부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들도 대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들뜨면서도 사뭇 진지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청덕본당의 김민성(토마스) 군은 “그동안 모두 나를 아이로 부르고 대했는데 이제 성인이 된다니 뿌듯하다"며 "신앙적으로 전진한다는 생각으로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견진성사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영적으로는 어른이 됐지만 심적으로는 아직 순수해서인지 청소년들은 ‘그런 게 있을까?’라는 의심보다는 진심으로 성령의 은사를 청했다. 배곧본당의 김지윤(아녜스) 양은 성령의 은사로 ‘깨달음’을 얻고 싶다며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도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깨달음을 주시면 이해가 되는 경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지닌 채 영적으로는 성숙한 어른이 되기’가 사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평생 목표 아닐까? 성령의 영감을 받아 어느덧 늠름하고 듬직한 말을 할 줄 알게 된 청소년들을 보며 내가 지금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그 표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이 새삼 감동스러웠다.
“악에는 아이가 되고 생각하는 데에는 어른이 되십시오.”(1코린 14,20)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