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화해·평화 활동 지속 다짐…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모·북향민 혼인갱신식 추진 논의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시몬 주교)는 2월 5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별관 회의실에서 제100차 전국회의를 열고 , 광복과 분단 80주년을 맞는 올해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전국 각 교구와 남녀 수도회 민화위 담당 사제와 수도자 등이 참석했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올해가 광복과 한반도 분단 80주년이 되는 해임에도 남북 교류 재개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논의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직시하면서 교회가 지난 80년을 성찰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서울대교구 민화위 부위원장 정수용(이냐시오) 신부는 2025년 희년 맞이 주교회의 민화위 활동 방안 토의에서 “올해 광복절을 즈음해 주교회의 명의로 광복과 분단 80년을 역사적,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문헌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 신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반도 이슈는 논의의 우선순위를 전혀 차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갈등을 극복하고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영 주교는 “주교회의 차원의 문헌 발표를 한국 주교단에 제안해 보겠다”고 답했다. 또한 김 주교는 올해는 인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80년이 되는 해이고, 원폭 희생자 중에는 한국인 수만 명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한국교회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활동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안재홍(베다) 회장은 “평양에 있는 장충성당은 소중한 가톨릭 자산"이라면서 "과거에 장충성당에서 한국인 사제가 미사를 봉헌했던 사례를 기억하고 올해 중 남북이 함께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협의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회의 참석자들은 올해 5월 19일부터 6월 6일까지로 예정된 ‘광복 80주년 4대 종단과 함께하는 DMZ 걷기’에도 사제들뿐만 아니라 참가를 희망하는 수도자와 평신도도 참여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이번 전국회의에서 혼인신고만 하고 혼인 예식 없이 살아가는 북향민 부부나 혼인 후 세례를 받았지만 성당에서 혼인 예식을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북향민 혼인 갱신식’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가을 중 ‘북향민 혼인 갱신식’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우선 각 교구별로 혼인 갱신식을 원하는 대상자들을 파악하기로 했다. 아울러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북향민들의 사생활 보호 필요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사목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을 추후에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김주영 주교는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지난 25년 동안 선배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수도자들, 평신도들 덕분에 주교회의 민화위 전국회의를 100차까지 이끌어 온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지금은 힘든 여건이지만 앞으로 남북 교류를 희망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