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정한 평화, 사랑 품은 정의로만 이룰 수 있어”

박지순
입력일 2025-02-12 09:03:34 수정일 2025-02-12 09:03:34 발행일 2025-02-16 제 3429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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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년 대상 ‘삶을 살리는 평화캠프’ 진행 중인 손서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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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서정 박사는 '계엄, 학살, 그래도 평화?!'라는 주제로 '삶을 살리는 평화캠프 시즌2'를 기획, 진행하면서 "계엄은 진보와 보수나 성향의 문제가 아닌 인간 본연 그리고 그리스도의 가장 귀한 가치인 생명의 문제"라고 말한다. 박지순 기자

“‘평화’라는 단어를 뜬구름 잡는 철학이나 정치적 언어에 국한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 가까운 곳에 다층적으로 평화의 요소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손서정 박사(베아트릭스·서울대교구 해방촌본당)는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학문인 ‘평화학’ 전공자로서 평화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살아가는 각자의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손 박사가 2023년 청년 대상으로 주최한 ‘삶을 살리는 평화 캠프’를 처음 기획, 진행한 데 이어 올해 2월 4일 시작해 24일까지 이어지는 ‘삶을 살리는 평화캠프 시즌2’의 기획과 진행을 다시 맡은 이유도 평화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삶을 살리는 평화캠프 시즌2’는 참가 청년들과 2월 4일과 11일 서강대학교 예수회센터에서 두 차례 교육을 진행했고, 18일 오후 7~9시 마지막 교육을 남겨두고 있다. 22~24일에는 제주 지역 역사에 새겨진 폭력과 평화의 현장을 탐방한다.

올해 ‘삶을 살리는 평화캠프 시즌2’ 주제는 많이 무거우면서 동시에 희망을 준다. ‘계엄, 학살, 그래도 평화?!’다.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청년들과 사제, 수도자들에게 평화교육론을 강의하던 손 박사에게 깊은 무기력과 고민을 안겼다.

“‘계엄, 학살, 그래도 평화?!’라는 주제를 택한 것은 12·3 비상계엄을 겪으며, 한국 현대사에서 계엄령 선포로 빚어졌던 수없는 희생들 그리고 제주에서 행해졌던 학살의 고통과 회복의 역사를 돌아보고 평화의 위기가 오히려 평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손 박사는 평화학적 관점에서 한국사회에 여러 차례 엄청난 희생을 야기했던 계엄이 또다시 같은 희생을 불러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은 평화학에서 분류하는 문화적 폭력인 군사주의와 군국주의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용해 온 폭력입니다. 계엄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문화적 폭력이 정당화, 합법화됨으로써 구축된 구조적이고 직접적 폭력입니다. 더 이상 같은 희생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나만 옳다는 정의의 잣대가 아닌 사랑을 품은 정의를 통해서만 이뤄진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진보와 보수 같은 이념과 성향의 문제가 아닌 인간 본연 그리고 그리스도의 가장 귀한 가치인 생명에 관한 문제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분화되고 서로를 미워하게 될수록 우리 스스로의 죽음을 초래할 뿐입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