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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신비…'역설'은 그 본질로 들어가기 위한 열쇠”

이주연
입력일 2025-02-12 09:03:47 수정일 2025-02-12 09:03:47 발행일 2025-02-16 제 342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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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설들」 번역한 곽진상 신부
앙리 드 뤼박 추기경 지음/곽진상 신부 옮김/488쪽/3만5000원/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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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상 신부는 "「역설들」이 그리스도를 재발견하도록 돕고 그리스도교  신앙·영성의 근본 원리를 담고 있다"며 "그 깊이를 깨닫고 살아가도록 이끄는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신학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앙리 드 뤼박(Henri de Lubac, 1896~1991) 추기경은 ‘역설’을 통해 신앙 진리를 탐구했다. ‘역설은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했던 그는 자신이 통찰한 역설들을 모아서, 「역설들」(Paradoxes, 1946), 「새로운 역설들」(Nouveaux paradoxes, 1955), 「다른 역설들」(Autres Paradoxes, 1994)을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역설들」은 이 세 가지 작품을 하나로 엮은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관련 미간행 자료까지 추가한 ‘드 뤼박의 역설 완전판’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번역한 곽진상 신부(젤마노·수원교구 서판교본당 주임)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앙리 뒤 드박 추기경을 연구한 신학자다. 최근 안식년을 보내며 미뤄왔던 집필에 몰두하던 중, 출판사로부터 의뢰를 받고 번역에 착수했다.

“쉽고 편안하고 감성적인 글이 선호되는 세태에 ‘과연 읽힐까’라는 걱정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경과 가톨릭 전통에 충실하고 그리스도교의 원천을 바탕으로 우리를 올바른 신앙생활로 인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계획했던 일을 제쳐두고 이 책을 먼저 펼칠 수 있었습니다."

드 뤼박 추기경은 사상적 깊이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립학술원’ 회원일 만큼 문학적으로 매우 빼어난 프랑스어를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외국인들에게는 글이 그만큼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윤문 작업에만 1년 가까이 걸릴 정도로 번역에 심혈을 기울인 곽 신부는 역자의 주석도 많이 달면서, 무엇보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마음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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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장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성경이나 교부의 전통에서 원천을 찾으려는 그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2장은 교회로부터 침묵을 강요받은 1950년 이후 생각과 ‘진리’, ‘인간’, ‘복음과 세상’ 등과 관련된 통찰을, 3장은 복음과 신앙, 공의회와 관련된 내용 등을 통해 그 시대 상황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살피게 한다.

곽 신부는 “드 뤼박 추기경은 ‘신앙이 역설인 이유는 신앙의 내용이 ‘신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역설을 통해 그 신비로 들어가는 삶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삶임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또 “역설에 대한 드 뤼박 추기경의 신학적 통찰은 우리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와 관련해 볼 때 하느님, 인간, 교회 모두가 역설적 실재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신앙 내용이 신비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신비를 묵상하도록 초대합니다. 이 신비는 아직은 감추어진 신비로 머물지만, 언젠가 그 의미가 드러나며 완성됩니다. 여기서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가 나옵니다.”

읽기 어려워 보이지만, 주제별로 모은 짧은 글로 편집돼 있어 조금씩 묵상하고 기도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곽 신부는 “읽다가 막히면 시간을 가지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고 “‘신앙이, 종교적 진리가 나 혹은 오늘날 이 시대에 무슨 도움을 줄까’라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신앙을 하느님의 관점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때, 이 책은 그리스도를 재발견하도록 돕고 그리스도교 신앙·영성의 근본 원리를 담고 있다”며 “그 깊이를 깨닫고 살아가도록 이끄는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