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62) 청년의 마음이‘청년의 마음’을 알아보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11-25 수정일 2014-11-25 발행일 2014-11-30 제 292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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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마음’
얼마 전에 명동성당에서 아는 신부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은 교구청에 미사주를 사러 왔답니다. 우리 서로, 반가운 마음에 성당 근처에서 차를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신부님은 최근 본당에서 교리 반을 개설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강 신부, 본당에서 이번에 새로 교리반을 시작했는데, 특이한 분이 천주교 신자가 되겠다고 오셨어!”

“특이한 분이라뇨, 어떤 분이신대요?”

“음, 나이는 50대 초반인데, 사회적으로 무척이나 성공한 분이셔! 그런데 천주교 입교 동기가 교황님 때문이라고 하네!”

“교황님이라면, 지금 우리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인가요?”

“응. 지난 번에 한국에 오셨잖아. 그 때 그 분은 교황님의 행보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텔레비전을 통해 보셨나봐! 그리고 그 날로 반해 버렸나봐!”

“하기야, 우리도 무척 좋아했잖아요. 그러니 일반 분들에게도 반할 만 하잖아요. 그런데 그 분은 교황님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하던가요?”

“그 분은 교황님의 모습을 통해 늘 푸른 청년의 마음을 보았대. 교황님 첫 인상이 ‘저 분은 영원히 청년의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시구나’라고 생각했대. 그래서 자신도 교황님의 마음을 닮아 보겠다며, 천주교 신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고 하네.”

“한 마디로 교황님 효과네!”

“그런데 그 분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 삶이 좀 부끄러워지더라!”

“왜요? 그 분이 어떻게 사는데요?”

“그 분은 사회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분인데, 평소 소형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닌다고 하네. 수수하게 입고 다니시며, 생활도 검소한 편이래. 그리고 평소 봉사 활동도 자주다니며, 회사 수입 중에 일부를 사회에 기부도 하고. 그런데 그런 사실을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오로지 결혼을 앞둔 여자 분이 알고 있어서 나에게 말해 준 거야!”

“여자 친구? 50대라며! 결혼 안 했어요?”

“아직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는 않아서 잘은 몰라. 하지만, 결혼을 앞둔 여자 분이 말해 주었는데, 정말 소박하면서 검소하게 산다고 하네. 자상하고 가정적이면서도 대인 관계도 무척 좋은가봐. 그리고 인생을 즐길 줄도 알고, 삶을 기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분이래. 그 여자 분은 그 분의 그 모습을 보고 첫 눈에 반했다고 하네!”

청년의 마음. 그렇습니다. 청년의 마음을 가진 분이 영원한 청년의 마음을 가진 분을 알아 본 모양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드는 만큼, 세상을 사는 만큼 안정적이고 싶고, 편안하고 싶고, 자신의 영역 안에서 자신만의 익숙한 공간 안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 와중에 오늘도 우리 주변에 많은 이들은 세상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 던질 수 있는 청년의 마음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청년의 마음을 만날 때 마다, 중년의 마음, 다시 말해 큰 요동 없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나를 반성하게 합니다. 문득 이 세상은 ‘청년의 마음’들이 큰 힘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청년의 마음 깊숙하게 있는 예수의 마음, 마음들이 모여서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