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4. 기업활동과 재화의 보편적 목적 (「간추린 사회교리」 330~335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19-04-02 수정일 2019-04-03 발행일 2019-04-07 제 3139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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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모든 경제활동 주체이며 목적
재화의 보편 목적은 ‘봉사’
경제활동은 공동선이 중심
기업활동에 물질적 이익보다 인간 존엄과 사회 선익 중요

이 신부: 우리 미카엘은 나중에 꿈이 뭐니?

미카엘: 네, 저는 사장님이 되고 싶어요.

이 신부: 그래, 어떤 회사의 사장이 되고 싶어?

미카엘: 그건 상관없구요, 그냥 돈만 많이 벌고 싶어요!

이 신부: 아, 그렇구나!

■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기업활동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제와 기업의 역할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계화, 금융화된 시대에서 경제활동은 사람과 세상에 수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경제활동과 기업활동의 본질, 대상과 목적,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칩니다. “재화의 보편적 목적은 봉사에 있으며 경제활동은 공동선을 지향하는 가운데 상업윤리만이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정의도 추구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30-335항) 또한 기업활동과 기업리더들에게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선한 제품의 생산을 지향할 것과 모든 직원이 존엄성, 공동체 정신 충만한 인간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선한 노동 환경을 조직할 것, 그리고 공정한 배분과 책임 있는 관리활동을 수행할 것”(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기업리더의 소명」) 이처럼 가톨릭교회는 경제활동이 단순히 영리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인간과 공동체를 포용하며, 나눔과 연대, 지상의 하느님 나라를 지향해야함을 강조합니다.

■ 재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십 년 전 어느 은행의 “부자되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기억하시는지요? 부자가 되라는 덕담이, 필요한 재화를 벌어들인다는 긍정적 의미 이면에 우리 사회가 물질적 이익만을 좇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합니다. 실제로 ‘대박’, ‘부동산 광풍’, ‘가상화폐’와 같은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존립과 성장에 있어서 당장의 영업이익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계획 속에서 인간 존엄을 실천하며 사회적 가치를 지향해야 합니다. 또한 제왕적 재벌 경영이 아닌 수평적 차원의 리더십을 구가하며 여성의 육아휴직이나 직원들에 대한 인격적 대우를 강화해야 합니다. 직원을 가족처럼 대할 때 그의 온전한 인간발전이 가능하며 결국에는 기업도 발전합니다. 정부와 국회, 관련부처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올바른 가치를 기반으로 기업활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과 법제를 마련해야 하고 특히 중소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은 당장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인간 존엄을 실천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여성의 육아휴직이나 직원들에 대한 인격적 대우를 강화할 때 구성원들의 온전한 인간 발전이 가능하며 결국에는 기업도 발전한다.

■ 기업과 경제활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필요

가난과 곤궁의 보릿고개와 새마을운동 속에서 ‘잘 살아보세’라는 국민적 노력은 한국을 오늘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이르게 했습니다. 반면 비약적인 경제 발전 속에서 인간소외와 차별, 낮은 행복지수, 노인빈곤의 증가, 청년 고용문제, 높은 자살율과 같은 사회적 어려움도 뒤따랐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명 소득수준으로는 선진국입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도 머지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높은 소득 수준만으로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없습니다. 사람과 공동체, 환경과 생명을 중시하는 문화와 정신적 가치가 회복될 때 그 나라는 행복한 나라고 선진국입니다. 경제, 기업활동은 그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활동은 인권과 생명의 가치를 지향하는 가운데 다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이뤄져야 합니다.

“경제 사회 생활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그 온전한 소명, 사회 전체의 선익은 존중되고 증진되어야 한다. 인간이 모든 경제 사회 생활의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이기 때문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31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