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10)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장정애(마리아고레띠·마리아 사업회 회원),「어둠은 빛의 꽃받침」 등을 펴낸 시인. 부산여
입력일 2020-03-03 수정일 2020-03-03 발행일 2020-03-08 제 318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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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물”
이런 상황에서도 기뻐할 수 있구나! 
기쁨이란 주님께서 함께하심을 기억하고 
그분께 모든 것을 맡겨 드릴 때 오는 것이구나 

하느님의 뜻을 찾는 사람이라면 성경이 필독서가 아닐 수 없다. 성경만큼 하느님의 뜻이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없으니 말이다. 영적으로 아주 특별하여 성령의 감화를 직접 받는다면 몰라도 보통 사람이라면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이 땅 위를 지나가시면서 하신 말씀, 당부, 행위를 통해 그분의 뜻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콜라레 운동에서는 매달 전 세계 회원들이 복음의 한 구절을 함께 기억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를 ‘생활말씀’이라고 한다.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이 땅 위 삶이며 또한 우리가 생활해야 할 말씀이라는 뜻이다.

어느 해 12월 저녁나절, 생활말씀을 묵상하고 실천하며 그 경험을 함께 나누는 이들의 모임이 있었다. 당시는 아직 우리 지역에서 이 영성에 관심을 가진 이가 적기도 했지만, 추워서 그랬는지 그날따라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딱 한 명의 참석자와 어느 성당 교리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어야 했다.

내가 다니는 본당이 아닐뿐더러 참석자도 적고 그 본당 신자도 없어서 난로를 좀 켜 주십사고 사무실에 부탁드릴 처지도 아니었다.

연락을 맡은 입장으로서는 “갈게요”라고 하던 이들의 답이 슬금슬금 원망스러워지면서 마음도 자연히 기온만큼이나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그 이전에 생활말씀으로 살았던,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 20)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단 두세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우리가 둘이니 여기도 그분께서 함께하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이미 우리 둘과 그분이 함께 모였으니 셋이라는 결론이 난 것이다. 게다가 그 마지막 분은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가! 그래서 힘을 얻고 그 참석자와 함께 그달의 생활말씀을 펼쳤다.

그 복음 구절은 마침, “언제나 기뻐하십시오”(1테살 5,16)였다. 속에서 울컥 감동이 솟구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뻐할 수 있구나! 기쁨이란 바깥일이 잘 풀려서가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하심을 기억하고 그분께 모든 것을 맡겨 드릴 때 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쁨은 내가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릴 적 부활절 자정 미사 때 졸다가 들었던 부활 종소리가 떠올랐다. 복사가 흔드는 종뿐 아니라 오르간, 성당 종각의 종, 성가대의 우렁찬 합창이 일시에 울리던 그 순간의 뜻 모를 감격 같은 것이었다. 그 기쁨은 수난 이후에 맞는 새 생명의 기쁨인 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따라, 우리 자아가 죽은 후에 새사람으로 되살아나는 그 환희인 것이다.

정말 마음 저 밑바닥으로부터 서서히 기쁨이 차올랐다. 그날처럼 모임이 알찬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열이나 스물이 아니라 마치 만석이라도 되는 듯 충만함에 차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생활말씀을 읽으며 한 달 동안 살았던 경험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날, 하느님께서는 내 마음속에 ‘언제나 기뻐하십시오’라는 말씀을 인장처럼 새겨 주셨다.

즐겁고 신나거나 흡족한 감정들과는 차원이 다르며, 무엇이 채워져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선택했는가, 즉 사랑을 선택했는가에 딸린 그것이 기쁨임을 알 것 같았다.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로 편지를 보내던 그 시기에 사도 역시 “잠시이기는 하지만 여러분을 떠나 고아처럼 되었습니다”(1테살 2,17 일부)라고 고백한 시기가 아니었던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기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진정한 기쁨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장정애(마리아고레띠·마리아 사업회 회원),「어둠은 빛의 꽃받침」 등을 펴낸 시인. 부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