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일 제1독서(여호 24,1-2ㄱ.15-17.18ㄴㄷ) 제2독서(에페 5,21-32) 복음(요한 6,60ㄴ-69) 예수님을 믿는 이는 현재 이 자리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것 믿는 이들에게 하느님 자녀로서의 풍요로운 삶을 약속하신 주님 믿음으로 우리 생명의 원천인 하느님과 연결될 수 있도록 살아가야
“바람이 분다. 어쨌든 살아내야겠다.”(폴 발레리)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 숲에 들어갈 때 한 가지씩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기후위기에서 기후재앙으로 바뀌면서 숲도 진통을 겪습니다. 나뭇잎들이 마치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살라버린 것처럼 말라버리고 쓰러지는 나무 기둥들도 보입니다. 그러나 마른 잎과 죽은 나무는 살아있는 나무들의 거름이 되면서 숲을 유지시킵니다. 자기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숲을 보면서 믿음을 살아내기 위해 매일 어떤 노력을 하는지 마음을 여며 봅니다. ■ 복음의 맥락 복음(요한 6,61-69)은 연중 제17주일부터 시작된 빵의 담화를 마무리합니다. 요한은 본문에서 믿음의 부정적인 모델과 긍정적인 모델을 나란히 소개하는데 모두가 우리에게 교훈이 됩니다. 예수님의 계시 앞에서 믿지 않은 사람과 믿는 사람,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이 명확하게 갈라집니다. 중간에 회색지대는 없습니다. 사실 요한복음서는 믿음의 책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은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로 요약됩니다. 요한 자신은 이 책을 기록한 목적을 “예수님을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20,31 참조)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통해 믿음과 영원한 생명이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영원한 생명을 갖습니다. ■ 믿음과 선택 제1독서의 여호수아 이야기에 비추어 복음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땅을 분배한 뒤에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며 “누구를 섬길 것인지 오늘 선택하여라. 나와 내 집안은 주님을 섬기겠다”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는 것임을 모범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여호수아의 모습은 열 두 제자들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라고 질문하는 예수님 모습과 비슷합니다. 열 두 제자와 구별되는 많은 제자들이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빵’, ‘하느님이 보내신 분’이라는 그분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없어 제자직을 포기합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열 두 제자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이 됐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떠나고 싶으냐?”라고 묻는 것은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선택한 삶의 근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예수님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평생 예수님을 따라다닌다는 것은 큰 불행이요 슬픔, 의미없는 소모입니다. 처음부터 예수님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베드로는 예수님 어조에서 스승이 자신들을 격려한다고 느낀 듯합니다. 그래서 열 두 제자를 대표해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자체를 가리키는데 그분이 생명을 주는 빵, 생명을 주는 빛처럼 영원한 생명을 주는 분이라는 신앙 고백입니다. 예수님의 사명은 목자로서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믿는 이들에게 현세의 축복과 성공, 건강, 부, 미래가 보장되는 안전한 직업이 아니라 그분이 하느님에게서 직접 받은 하느님의 생명, 인간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하느님 자녀의 풍요로운 삶을 약속합니다. 믿는 이는 내세가 아니라 살아서 이런 삶을 살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후서에서 사도란 자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요한의 용어로 바꾸자면 생명의 원천으로 선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생명이 자신 안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룻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2코린 4,7) 믿는 이는 모두 바오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임숙희(레지나) 엔아르케성경삶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