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의 한 부분입니다. 이 시의 내용처럼 누군가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본당에서 살아가다 보면 그렇게 어마어마한 일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본당 신부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본당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나면, 모든 본당 신부님들이 그러하듯 성당 입구로 가서 신자들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신자분들도 본당 신부 인사를 기쁘게 받아줍니다. 많은 분이 편안하게 인사를 나누시면서 지나갑니다. 때로 제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분들은 한쪽 옆에서 다른 분들 인사와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려주기도 합니다. 기다린 후에 다른 분들이 떠나시면 제게 다가옵니다. 성당 입구에서의 모든 인사와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저는 이제 성당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위해 아직 떠나지 않으신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렇게 신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은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온다는 것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신자들은 교회가 자신들을 위해 파견한 ‘본당 신부’를 믿고, 저를 잘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와 지금의 시간인 현재,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상처와 아픔, 치유와 화해, 기대와 감사 등 정말 많은 것들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이가 삶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 무엇이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어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난 일이 맞습니다. 세상 사람들 가운데 대단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본당 신부가 하는 가장 어마어마한 일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신자들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봉헌된 미사 지향 외에도 그분의 이야기와 얼굴을 함께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합니다. 그분께서 나누어주었던 모든 이야기를 하느님께서도 함께 들어주시고 알아주시기를 바라면서 기도를 드리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그의 바람을 이루어주기를 바라는 사심(?)도 함께 넣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