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교구에서 나온 순교자가 모두 96위나 되지만 그 가운데 성인 5위, 복자 4위, 하느님의 종 5위 외에는 순교자들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원주교구 순교자현양회가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원주교구 배은하(타대오) 신부는 마지막으로 봉직하던 제천 서부동본당에서 8월 20일 은퇴미사를 봉헌했지만 순교신심 고취와 순교자 현양을 위해 신설된 교구 순교자현양회 초대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1981년 2월 사제품을 받고 올해 8월 은퇴하기까지 42년 6개월을 사제로 살았습니다. 사실 사제에게는 은퇴가 없습니다. 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님께서 순교자현양회를 만드시면서 저에게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하셨을 때,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교구와 한국교회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순명했습니다.”
배 신부가 원주교구 순교자현양회 초대 위원장을 맡은 것은 그가 1988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7년 동안이나 배론성지 담당 사제로 일하며 배론성지를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성지로 가꾸고,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를 널리 알렸던 활동이 고려된 결과였다.
“배론 출신 순교자 25위를 비롯해 원주교구 순교자 96위 모두가 귀한 피를 흘리고 순교하신 분들입니다. 성인이나 복자, 하느님의 종이 아니면 순교자라도 교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몇몇 기록에만 남아 있게 됩니다. 두메산골의 한 떨기 꽃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순교자들을 연구하고 현양하는 것이 원주교구 순교자현양회가 맡은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배 신부는 순교자 현양의 당위성에 대해 “한국교회는 순교의 토양 위에 세워졌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에는 순교 정신이 점점 희석되고 있고, 입으로만 순교 역사를 이야기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순교자들이 보여 준 삶을 우리도 신앙 안에서 실제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신부는 가경자 최양업 신부가 시복시성돼야 하는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님 시복시성은 한국교회 전체의 책무이지만 신부님 묘가 원주교구 배론성지에 있는 만큼 원주교구 순교자현양회가 앞으로도 주도적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최양업 신부님이 시복시성된다면 한국교회 ‘증거자’로는 최초의 복자와 성인이 됩니다. 이것은 박해시기가 아닌 시대를 사는 한국교회 신자 누구라도 성인의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배은하 신부는 마지막으로 “최양업 신부님 시복시성을 기원하는 ‘희망의 순례’가 점점 많은 신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어질 ‘희망의 순례’에 전국 교구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