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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한결같은 스승의 길 40여년 걸은‘홍석관 선생님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2-05-19 수정일 2002-05-19 발행일 2002-05-19 제 2299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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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빛보다 더 붉은 당신의 사랑은
서울 중랑초등학교 교장 홍석관(요셉,60,서울대교구 지금동본당) 선생님은 만나는 학생들에게 악수를 청하기 바쁘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선생님은 지금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그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시작한 악수하기는 이제 학교 학생들 중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심지어 교장선생님과 몇 번 악수했는지 기억하는 아이도 생겼다.

아이들이 좋아서 시작한 교사생활이 벌써 39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거쳐간 제자들도 50대 중년에서 20대 후반 나이까지 수없이 많다. 제자간 정기모임도 5개나 생겼다.

『제자들 만나느라 주말이 더 바쁘다』고 선생님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아! 우리 선생님이 나를 사랑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했지요』

아직도 끈끈히 이어지는 사제간 정은 교사시절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려 노력했던 결과라고 선생님은 말한다. 그래서인지 제자모임의 단골 이야기 꺼리는 하모니카 반주에 건전 가요를 구성지게 부르던 선생님의 모습이다.

연극에 관심이 많았던 선생님은 80년대 초 청소년 인기드라마였던 「호랑이 선생님」의 작가로도 활동했다. 아이들의 생각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학생들이 적어낸 일화를 각색해 방송원고를 썼다. 자신의 이야기가 TV에 나오자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던 학생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고 선생님은 옛 시절을 회고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순수한 모습을 찾기 힘들어요』

선생님은 지역사회와 학부모,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교사를 신뢰하던 옛날 모습을 회고하면서 베품과 나눔의 모습이 사라지는 학교 현실을 걱정한다. 모교라는 개념조차 희박해진 요즘 학생들을 보며, 교사가 먼저 참스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참스승 밑에서 참제자가 나오고 그 안에서 참다운 학교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참다운 스승이 되려면 어떤 종교든 하나는 갖고 있어야 해요. 종교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를 통해 교사와 학생 나아가 학부모와 열린 마음으로 사귈 수 있는 바탕이 되죠』

성당에서 얻은 신앙은 그런 의미에서 교사생활에 활력소가 됐다. 뒤늦게 성당 문을 두드렸지만 성서 속에서 보여지는 사귐과 섬김 나눔의 모습을 통해 학생들을 위한 참 교육의 밑바탕을 다질 수 있었다고 한다.

전 본당에서 선생님은 연령회, 노인회, 레지오 활동 뿐 아니라 본당 성가정분과장으로도 활동하는 등 신앙생활에 열심이었다.

『남들은 퇴직 후 할 일 걱정하는데 난 더 바쁠 것 같아』

3년 남은 교사생활을 마치면 선생님은 그 동안 소홀했던 교회교리 공부와 함께 가난한 이들, 소외받은 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40여 년 고집해 걸어온 스승의 길. 이제 선생님은 그 동안 베풀어온 아이들 사랑을 한데 모아 또 다른 길을 걸어가려 한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의 신앙의 길로.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