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42】Ⅲ 검색과 잠복시대/3. 기리시탄 잠복신앙/4) 기리시탄의 전승 유물

박양자 수녀
입력일 2005-11-27 수정일 200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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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관음상. 관음불상에서 성모마리아의 이미지를 느끼고 기도해 왔다.
아기 안은 불상 만들어

성모상으로 두고 기도

마리아 관음

고토(五島), 소토메(外海) 지방의 잠복 기리시탄들은 겉으로는 불교신도가 되어 절에 다녔다. 거기서 본 관음불상에서 자비로운 어머니 마리아의 이미지를 느끼고 불상을 만들어 집에 모시고 성모마리아께 기도해 왔다.

이를 후세의 사람들이 ‘마리아 관음’이라 이름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관음상, 아미타상, 보살상, 약사불 등 여러 가지 불상모양이 있다.

나가사키 기리시탄 붕괴 사건기록인 ‘異宗一件’에 ‘산타 마리아라고 하는 백자 불상을 가지고…’, 또는 ‘…몰수된 물품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여체의 불상은 즉 지죠스(예수) 유아를 키우고 있는 한타 마리아라고 한다. 그 외의 물품들도 형태가 변한 불상인데 한타 마리아 화신의 모습이라고 한다’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난도카미

이키츠키(生月), 히라도(平戶)지방의 가쿠레 기리시탄에게는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게 감추어 두고 섬기는 신이 있다. 이를 외부 사람들이 일컬어 난도카미(納戶神=감추어 둔 신)라 불렀다. 겉으로는 불단을 만들어 놓고 향이나 촛대를 두고 있지만 기리시탄 행사시에는 감추어 두었던 예수님상, 산타 마리아상이나 성인의 화상을 내건다. 망을 보는 사람도 두었다.

차와 회식도 준비하여 기도를 하다가 수상한 기미가 있으면 회식을 하는 것 같이 위장하였다. 기도는 남이 알아들을 수 없도록 입 안에서 하도록 전승으로 되어 왔다.

현재는 기도의 내용이나 기리시탄 화상에 그 지방의 민속이 가미되어 하나의 지방 민속 종교로 변질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야말로 그 옛날 로마 성 이냐시오 신부가 전해준 그리스도교를 선조들이 목숨 바쳐 지켜온 정통 가톨릭이다’라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오사츠(お札=묵주) : 로자리오 15단의 현의를 작은 나무판에 표시하여 묵상하면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기도한다.

오 마부리(お守り=수호) : 4~5㎝ 정도의 십자가형 흰 종이에 최고지도자가 물(성수)을 뿌려 깨끗하게 정화하여 죽은 사람의 품에나 귀 속(시체를 검색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에 넣어주어 천당에 가게 한다는 것이다.

히구리(日繰り=교회력) : ‘바스챤의 히구리’는 잠복 기리시탄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전승품이다. 최고지도자가 이것을 가지고 교회의 일년 축일과 행사를 계산해 낸다. 이 축일표에 의하여 사순절의 매주 수· 금·토요일은 단식을 하고, 46일간 금육을 지킨다. 사순절 46일째가 부활로 감추어 둔 신을 모시고 케렌도(사도신경)를 4번한다. 이 날은 어두워지면 모두 모여 기도를 하고 그 집에서 함께 자고 날이 밝기 전에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부활전야 예식).

그 외 축일로는 나타라(성탄), 3인의 제왕, 주님의 승천과 스피리치산토(성령강림), 고르부스 기리시티(성체), 산타 마리아의 승천, 제 성인의 날 등 나가사키 계는 지금의 축일과 거의 같이 지내고 있었다. 이키쯔키 계에서는 여기에 기복적 신앙이 많이 들어간 상태로 연중 행사를 하고 있었다.

박양자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학예연구원)

박양자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