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으며 영미문학의 정수를 국내에 소개한 고 장왕록(토마스 아퀴나스ㆍ전 서울대 교수)교수의 딸 장영희(마리아ㆍ44세ㆍ서강대 영문과). 가정의 달인 5월 작고한 아버지가 그리워 아침마다 시린 가슴을 끌어안고 거울을 본다는 그녀는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영문학자이자 번역가이다.
생전의 장왕록 교수와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스칼렛」등 수없이 많은 명작을 공역했고, 중 고등학교 교과서를 함께 집필한 그녀는 아버지와 잘 어울리는 파트너였다.
장영희 교수는 『중학교 교과서를 탈고하고 고교 영어교과서 집필을 위해 잠시 휴가를 떠났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평생 숙원이었던 「미국문학사」집필을 마저 완성하고 고인의 호를 따라 「우보 번역 연구소」를 설립하는게 최대의 꿈이다.
한 살때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 목발에 온 몸을 의지하며 살아오고 있는 장영희 교수. 그녀는 「철의 여인」이다.
새로 학교에 입학 할 때마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진통을 겪어야 했던 그녀는 서강대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연세대 박사 과정에 입학원서를 냈지만 거절당했다. 그날로 토플책을 사서 공부, 1년후 뉴욕주립대에 장학생으로 입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장영희 교수는 『성치않은 몸으로 외국 유학을 꿈꾸지 못했는데 그 계기를 마련해준 연세대 측에 감사한다』며 『서강대를 비롯 장애인들을 특례 입학시키는 추세이지만 먼저 그들이 일반학생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시설 등 여건을 마련하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업시간이면 장 교수는 목발을 학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둔다고 한다. 더이상 장애인이 특별한 존재가 아닌 똑같은 사람이란 인식을 시켜주기 위해서다. 명랑하면서도 속사포같이 빠른 그녀의 입담도 학생들을 휘어잡는 주무기다. 선배로서, 교수로서 학생들을 몰아 부치고 때론 다독거려주는 그녀의 연구실에서 들려오는 장 교수의 웃음소리는 자신과 이 사회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