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살인하지 말라-하느님의 거룩한 율법(52~77항) ①
이 장은「살인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계명을 현대상황에 비추어 설명한다. 다른 장들이 사목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라면 이 장은 교리적 문헌으로 교황은 여기서 신앙의 가르침을 소개하며 모든 사목활동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 장은 3가지 주제로 나눌 수 있다. 이 장은 우리 다섯째 계명의 의미를 신앙의 메시지 전체의 맥락에서 설명한 다음, 그것이 윤리적으로 명령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어서 그것이 정치생활에 미치는 윤리적 결과를 소개한다.
교황은 우선「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하느님께서 시나이산에서 인간에게 주신 십계명(출애34, 28참조)의 핵심이며, 신약에서 예수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제일 먼저 지켜야할 것으로 이 계명을 되풀이해서 제시하셨을 뿐만 아니라 (마태19, 16~18참조), 그것이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 주셨다는 점(마태5, 21이하 및 5, 44참조)을 지적한다.
『하느님의 계명은 결코 그분의 사랑과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항상 인간의 성장과 기쁨을 위한 선물이다.…생명의 복음은 하느님의 위대한 선물이자 인류를 위한 엄중한 임무이다』(52항).
교황은 이 계명은 인간에게 자유를 활용하여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증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힌다.
『말로 명확히 표현된 바대로는「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강경한 금지를 뜻한다. 즉 그것은 결코 넘어서는 안될 마지막 한계를 표시한다. 그러나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바는 생명을 절대적으로 존중하는 적극적 자세를 장려하고 생명을 증진하여 사랑의 길을 따라 전진하도록 하는 것이다』(54항).
교황은 여기서 인간생명의 신성함과 불가침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독특한 형식으로 장엄하게 선포한다. 즉 교황은 이 장에서 3차례, 즉 무고한 사람에 대한 직접적이고 고의적인 살인(57항), 낙태(62항), 안락사(65항)를 금지하는 것은 『자연법과 성문화한 하느님의 말씀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교회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통상적이고 보편적인 교도권이 가르쳐온』교리임을『그리스도께서 베드로와 그 후계자들에게 부여하신 권위에 따라, 가톨릭 교회의 주교들과 친교를 이룬 가운데』라는 명시적 표현을 쓰면서「확인한다」(낙태의 경우는「선언」한다).
이러한 교도권의 행사는 그 행위와 내용의 구조로 보아 무류성을 지니는 것이다(교회헌장 25항, 교회법749조 참조).
57항에서 교황은『무고한 사람을 직접적이고 고의적으로 죽이는 것은 언제나 심각하게 부도덕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가지이다. 첫째, 행위자체에 관한 것으로, 「직접적이고 고의적인」살인, 즉 자유의지에 의한 살인행위와 그 행위가 직접 살인을 지향하는 행위는 부도덕하다는 것이다.
둘째, 행위의 대상에 관한 것으로, 「무고한」사람을 죽이는 사람은 누구나 유죄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교황이 여기서 정당방위와 사형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살인을 금하는 계명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방위의 경우, 불의한 공격자는 무고한 사람이 아니며 인간생명의 신성성을 짓밟는 사람이므로 그에게서 이 계명을 수호해야 하는 것이다. 사형제도도 인간의 존엄성 수호와 인간을 짓밟는 자에게 대항하는 권리라는 이러한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황은 이 회칙에서 사형제도를 인정하는 조건을「가톨릭교회의 교리서」 (2266~67항)에서 제시된 것보다 휠씬 강화한다. 교황은『교회와 사회 안에서, 그것을 매우 제한된 방식으로 적용하거나 심지어 완전히 철폐하자는 요구가 점차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사형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국한 시켜야하며, 『그러나 오늘날 그러한 경우는 실제로 전혀 없지는 않더라도 매우 드물다』(56항)고 지적한다.
회칙의 내용에 비추어「가톨릭교회의 교리서」의 사형제도에 대한 내용은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