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시대 연주되던 악기와 연주형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원전연주의 전설, 지기스발트 쿠이켄(Sigiswald Kuijken·69·벨기에)이 한국을 찾았다. 2월 28일 서울 방배동성당에서 열린 바흐솔리스텐서울 연주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는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가’ 등으로 불리며 바로크음악을 재현하는데 평생을 바치고 있다.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음악을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것처럼 연주한다면 굉장히 낯설겠지요. 바로크시대의 음악도 현대적으로 연주하면 낯설 수밖에요. 원류(源流)가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음악을 연주하는데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이번 연주회에서 사용한 대표적 원전악기는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Violoncello da spalla)다. 비올라보다는 크고, 첼로보다는 작은 크기의 이 악기는 17세기에 처음 연주되기 시작했다. 턱을 받히고 연주하는 다른 현악기들과는 달리 어깨에 메고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며, 당시 많은 곡들이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로 연주할 것을 권장하며 쓰였다. 이렇듯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잊혀졌던 이 악기를 복원해낸 것도 쿠이켄이 한 일이다.
“이번 연주에는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비올로네, 바로크 오보에 등 몇몇 원전악기가 연주됩니다. 예전 악기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지요. 활의 중간이 넓어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연주가 가능하고, 양의 내장을 꼬아 만든 현에 따라 자연에 가까운 그러한 느낌이 납니다.”
그가 ‘거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러한 악기를 복원하고 연주하는 것을 ‘독학’의 힘으로 해냈다는데 있다. 당시의 그림과 문헌들을 수집해 공부했고, 당시 작곡가들이 작곡 중에 ‘어떠한 악기와 음표들을 떠올렸을까’하는 창의력을 접목해 곡을 완성했다.
“저의 뿌리 깊은 가톨릭 신앙이 원전연주를 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지요. 신앙인으로서 마태수난곡 등 종교음악을 연주하면서는 참 기쁩니다. 음악가가 신앙이 있다면 음악의 내용을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영적인 이해로 곡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요.”
그는 19세기 이후 교회음악의 작곡 자체가 줄어드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 사탕’같은 음악을 하는 것보다 침묵과 기도가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만의 고유한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곡 해석을 할 때 늘 신학적이거나 철학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음악 작업을 하다가 마음이 심란해지면 유럽의 수도원을 찾아 평소 친분이 있던 수도자들의 성무일도 안에서 맑은 소리를 들으며 안정을 찾는다고도 했다.
“수도자들의 맑은 소리는 어느 기타 반주소리보다도 아름답지요. 음악은 음악가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음악 자체로 아름다워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가를 보고 연주회를 찾는데 그것보다는 음악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경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