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교회의 민화위·정평위 등 사드 관련 입장 발표

박경희 기자 july@catimes.kr,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6-07-19 수정일 2016-07-20 발행일 2016-07-24 제 300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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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관서 생명평화미사
“평화는 힘이 아닌 신뢰로 확립된다”
주변국 간 긴장감 고조돼
새로운 냉전 불러올까 우려
군비 축소와 대화 협력 통한
궁극적 평화 실현 노력 촉구

7월 18일 왜관수도원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한 사제·수도자·신자 등이 인근 미군 부대까지 사드 배치 철회를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바치며 걷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한국교회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와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7월 15일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평화는 결코 무기의 힘으로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신뢰에 의해 확립된다(「지상의 평화」 110.113항)는 교회 입장을 천명했다.

주교회의 민화위와 정평위는 발표문에서 “인종, 민족, 국가, 종교 간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현실에서 강대국들의 충돌 지점에 위치한 한반도의 평화유지가 갖는 의미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수도권 방어에 현실적 실효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사드 배치로 한반도는 새로운 냉전체제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또한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강대국 간의 긴장 고조는 민족의 공동선과 동북아시아 평화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핵개발은 북한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며 북한 핵을 저지하기 위한 사드 배치 역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작은형제회(한국관구장 호명환 신부)도 7월 14일 낸 성명에서 사드로 지킬 수 있는 평화는 거짓 평화라고 규정하고 “사드 배치는 동북아 군비경쟁을 가속화 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신냉전체제의 화약고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신부)은 이에 앞서 7월 13일 성명을 내고 ▲군사적 효용성이 의심스럽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며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이유로 사드 배치를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7월 18일 성주지역 사드 배치가 발표된 후 교회 안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식적인 행사가 마련됐다.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신종호 신부)와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인호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동환 신부)는 18일 오전 10시30분 왜관수도원에서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 주례로 봉헌된 이날 미사에는 성주지역 신자들을 비롯한 의정부, 부산, 대전, 포항 등지서 온 700여 명이 참례했다. 성공회 사제들도 참가해 평화와 일치를 염원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강론에서 “사드 배치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평화와 번영의 길이 아니라 대립과 전쟁의 길로 치닫게 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고 “우리 신앙인들은 그리스도의 참된 평화를 세상에 선포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영성체 후 대구 정평위원장 신종호 신부가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담화문을 낭독했다. 신 신부는 “평화는 정의의 선물이라는 교회 가르침을 새겨보며, 평화는 군비 증강이 아니라 양보와 대화, 타협과 희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사 후 참가자들은 미군 부대 캠프 캐롤 정문까지 ‘사드 배치 철회’를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하며 걸었다. 폭염 속에서 묵묵히 기도하며 간절한 마음을 모았다.

박현숙(모니카·경주 안강본당)씨는 “페이스북에서 오늘 왜관수도원에서 미사를 봉헌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게 됐다”면서 “나의 기도가 평화에 보탬이 되고, 또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박경희 기자 july@catimes.kr,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