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백민관 신부가 엮는 신약성서 해설] 185 성령모독 독성죄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교수
입력일 2017-06-12 수정일 2017-06-12 발행일 1992-06-21 제 1810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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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12,31~32: 마르3,28~30: 루가12,10)
예수신성 모독은 악의서 기인
성령 거스르는 죄는 용서못받아
용서받을 수 있는 죄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나열해서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거나 모독하는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다 용서받을 수 있지만 죄만은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 것은 초대 사도교회에서 실제로 모든 죄가 용서받는 다는 하느님의 보편적인 구원의 자비를 전제로 하면서 이 구원자체를 거부하면은 구제불능이라는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예수께서는 스스로를 「사람의 아들」이라고 칭하면서 사람의 아들은 이 땅에서 사람의 아들은 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을 보여주었고 (마태 9.6), 소경의 눈을 뜨게 하는 권능이 있음을 보여 주면서 믿음을 요구하시기로 하였다(마태9, 28). 이것을 믿지 않는 것까지도 용서받을 수 있으나 성령을 거스러는 죄만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러면 성령을 거스러는 죄는 어떤 죄인가. 구약시대 유대아교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성조 아브라함의 성약을 파괴하는 자, 죽은 이의 부활을 거부하는 자, 하느님의 계명을 토라를 거부하는 자로 꼽았다. 초대 사도교회에서는 예수가 스스로를 사람의 아들이라 부르며 메시아의 도래를 전하는 시대와 예수안에서 성령이 역사(役事)하는 시대를 구분하여 복음서를 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로 자처하는 예수가 메시아라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은 어두운 눈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설교하는 진리의 말씀이나 하느님의 능력이 아니면 이루어 질수 없는 일들이 예수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은 믿어야 한다. 그 힘은 바로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성령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의 일을 하지 않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내가 그 일을 하고 있으니 나를 믿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일만은 믿어야 할 것이 아니냐』 (요한10. 37~38),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성취하라고 맡겨 주신 일인데 그것이 바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증거가 된다』(요한5.36). 그러니 나 인간 예수(=사람의 아들)을 메시아로 믿지 않는 것은 사람의 아들을, 즉 인간으로서 믿지 않는 것이니 그렇다치더라도 나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힘은 믿어야 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지은 죄는 용서를 받을 수 있어도 성령을 거슬러 지은 죄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씀의 뜻이다.

그러면 성령을 거슬러 지은 죄는 어떤 죄인가. 이 죄를 독성죄(瀆聖罪) 또는 신성모독이라 하는데 구약에서는 하느님께 대한 욕된 언사 또는 행동을 하는 모든 죄와 하느님의 이름을 이교도들이 마구 사용하는 소위 세속화를 가리켰다. 그 때에는 독성죄는 돌로 쳐 죽이는 형별을 받게 되어 있었다(레위24, 16: 사도 6.11). 예수시대에는 예수의 적대자들이 예수를 신성모독자로 고발하였는데 그것은 예수께서 사람의 죄를 사하는 권한을 가졌다는 말씀을 트집잡아 독성죄로 몰았고(마태9.3) 스스로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자칭했다 해서 독성자로 몰았다(마태26, 65). 이것은 예수의 적대자들이 예수를 겉모양으로만 보고 단순한 인간으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도 당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여러 번 자칭할 때 (마태 8,20=루가 9.58: 마태9, 6=마르2, 10=루가 5, 24: 마태12, 8=마르2, 28=루가6, 5: 마태 16, 13)적대자들에게는 신적(神的)인 신분을 감추고 제자들에게는 이 「사람의 아들」이 죄를 용서하고, 사람을 살리며, 안식일의 주인임을, 즉 메시아임을 가르치려고 한 의도가 뚜렷하다. 그러니 사람의 아들을 하나의 인간으로 보는 눈이 트이지 않은 아둔함에서 오는 모욕은 용서받을 수 있다는 선언을 하신 것이다. 과연 당신을 십자가에 못박은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을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 불신이 있더라도 그가 행하는 것의 진실성은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분이 말했듯이 그분이 하는 말은 아버지께서 전하라고 주신 진리이며 그 분이 하신 기적들은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었으니 이것을 거부하는 것은 무지에서가 아니고 악의(惡意)에서 나오는 것이다. 예수님의 신성모독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을 악의로 거부함을 가리킨다. 『하느님의 지혜가 옳다는 것은 이미 나타난 결과로 알수 있다』(마태11, 19)고 말씀하셨고 이 지혜는 하느님의 영과 동등한 성격을 띠고 있다(지혜9,10.17). 그러니 하느님이 보면 사람을 경멸하는 일은 봐줄 수 있어도 그 사자(使者)를 통하여 극명하게 나타난 하느님의 지혜 또는 진리를 거부하는 것은 하느님의 구원의 손길을 거절하는 것이 된다.

이 죄를 예수께서는 성령을 모독하는 독성죄라고 하였고 하느님의 성령으로 마귀를 쫓아낸 것을 마귀두목의 힘이라고 비틀어 곱새기는 악의에 찬 태도가 새기는 악의에 찬 태도가 바로 이 독성죄이며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하신 것이다(반성령죄에 대하여 대목156참조). 여기서 공관(共觀) 3복음서가 성령모독죄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초생 사도교회의 상황을 받기 이전의 「사람의 아들시대」와 성령을 받은 후의 「성령의 시대」를 대조시켜(요한7,39) 박해받는 사람의 아들에 대한 불신앙은 용서를 받고 영광스럽게 된 사람의 아들에 대한 신앙을 촉구하는 사도교회시대를 반영한다.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