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희망이 은총으로 피어난 기쁨 / 이인평

이인평(아우구스티노)시인
입력일 2018-01-02 17:56:35 수정일 2018-01-09 13:34:00 발행일 2018-01-07 제 307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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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과 성모님의 은총은 항상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졌다. 내가 미리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현실로 드러남으로써 나로 하여금 그것이 분명 은총임을 깨닫게 했고, 그런 까닭에 더욱 놀라운 기쁨이 곧바로 감사로 이어질 수 있게 하셨다.

이러한 은총이 최근 나에게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나는 일찍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을 가장 가치 있는 일로 여겨 시를 써왔고, 성모님이 계시다는 것이야말로 세상 어느 종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신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 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는 이상 예수님의 어머니가 바로 나의 어머니라는 성심의 온화하고 따뜻한 관계의 바탕에서 나는 특히 30년 전에 알게 된 과달루페 성모님께 드리는 사모곡을 800편 넘게 썼다. 그중에서 240편을 2014년에 두 권의 시집으로 냈고, 최근에는 이 시집 스페인어 번역본이 멕시코에서 출간된 계기로 과달루페 성모 발현지인 멕시코를 방문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멕시코 사람들의 과달루페 성모 사랑은 대단했다.

대림 제1주일 멕시코 과달루페외방선교회 신학교 야외미사 전, 7000여 명이 모인 단상에서 나와 내 시집이 소개되는 20여 분 동안 거듭 쏟아진 환호와 박수갈채를 잊을 수 없다. 내 옆에 태극기를 세워주는가 하면, 감동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자신의 금목걸이를 벗어 내게 선물로 준 형제를 비롯해 남녀노소 내 시집을 가지고 와서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과달루페 성모님을 통한 친교의 환대를 받았을 때 나는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이틀 후엔 저녁 황금시간대인 8시에 미국은 물론 중남미 전체로 방영되는 마리아비젼 TV에 출연하여 50여 분간 생방송 인터뷰했는데, 내용이 특별하다며 이를 다시 재방송해준 것 역시 내겐 커다란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멕시코에 머문 25일 동안 과달루페 성지를 세 번 순례했는데, 두 번째 순례 때 테페약 언덕을 오르내리는 동안 한낮 23도 기온의 맑은 하늘에 30분 간격으로 작은 무지개를 두 번 보고 각각 사진을 찍어 동행한 두 분 신부님께 보여드렸다. 그런데 사진을 볼 때마다 신부님들이 곧바로 그 무지개를 보려고 하늘을 유심히 살폈으나 무지개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던 일,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생전에 나를 아껴주었던 고인을 꿈속에서 보게 해달라고 성모님께 기도하고 잠들었는데 정말 그분이 꿈속에 나타난 일도 나에겐 놀라운 은총이었다.

과달루페외방선교회 사제들에게도 놀라운 일이 있었다.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출간되길 염원해왔던 시집 번역본이 과달루페성모성지 대성당에서 멕시코시티대교구장 노르베르토 리베라 추기경님의 집전으로 주님과 성모님께 봉헌된 것이었다. 추기경님께서는 미사 중에 중앙 제대 앞에서 기념사진까지 함께 찍게 해주셨는데, 이렇게 책을 봉정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당시 성당에서는 만여 명이 미사에 참례하고 있었고 성당 밖 광장과 대로에도 신자들과 순례객 십만여 명이 운집해 있었다.

그날 저녁 과달루페외방선교회 라울 총장의 환송사를 들으며, 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세계 최초로 성모님에 대한 찬미의 시를 800편 이상 써낸 시인으로 평가받은 은총과 그동안 주님과 성모님께서 나의 모든 것을 지켜보았고 나의 청원을 기쁘게 여겨 오롯이 봉헌하게 해주신 섭리 안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참으로 내 고통에 뿌리를 내린 희망이 은총으로 피어난 기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눈물의 여정이었다.

이인평(아우구스티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