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박물관에서 현대미술품을 만나다 근현대 조각 대표작들 한자리에 비신자 포함해 누구나 찾아오는 ‘열린 공간’ 역할 실천하는 전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실리콘으로 만든 설치미술가 이불의 작품, 정현 홍익대 미대 교수의 초대형 작품까지 한국의 근현대 조각을 대표하는 작가 61명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6월 1일 일반인에게 공개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하 서소문박물관)의 개관 특별 기획전 ‘한국근현대조각 100주년–한국 현대조각의 단면’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조소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역사박물관에서 현대미술전이 열리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서소문박물관은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근대사의 유물들에 동시대적인 생명력이 깃들기를 바라면서 현대미술전을 함께 준비했다. 성지에서 열리는 전시회라고 해서 교회 미술에 국한될 것이라는 편견은 오해다.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까지 포함한 모든 시민이 찾는 명소이니만큼 특별한 종교 색을 띄지 않은 작품들을 두루 갖췄다. 넓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작품의 배치도 눈길을 끈다. 일반 미술관처럼 막혀 있는 전시실에 일렬로 작품을 놓은 것이 아니라 대형 작품의 경우는 야외 공간까지 활용해 전시하고 있으며, 공간을 이동하는 통로에도 작품을 배치해 전체적인 공간의 예술성을 높였다. 전시는 세 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현대조각의 시원-비구상(추상)’에서는 대상의 해석과 변형에 기반한 비구상 조각을 비롯해 철재와 용접기법을 통해 물성을 강조하는 추상 작업들 중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에 제작된 작품들을 전시한다. 2부 ‘오브제·설치’에서는 1970년대 이후 실험과 모색의 과정에서 태어난 오브제들과 설치적 경향의 작업이 소개되어 다변화되어가는 한국 현대조각의 위상을 드러내었다. 3부 ‘신형상’에서는 이번 특별기획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향의 형상조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작가 소장품이나 개인 소장품 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라리오갤러리 등 타 미술관에서 소장중인 작품들도 전시하고 있어, 여러 작가들의 명작을12 보기 위해 여러 미술관에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서소문박물관 전시실의 최원주(율리아나) 실장은 “순례성지는 시민 모두의 공간이므로 굳이 교회적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전시는 물론 음악, 연극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현대조각의 단면’전은 7월 25일까지다. 관람시간은 화~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월요일은 휴관하며, 수요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관람료 무료. ※문의 02-3147-2401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