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 599~605항 후회 없는 삶 살려면 ‘십자가의 길’ 선택해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창조 전부터 정하신 하느님 계획 자유의지로 순명한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길로 부활 영광 누려야
아프리카의 어떤 지역에는 결혼을 앞둔 처녀들이 행하는 한 가지 행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많은 처녀들이 옥수수 밭에 한 고랑씩 맡아 그 고랑에서 제일 크고 좋은 옥수수 한 개씩을 따오는 일인데, 제일 크고 좋은 옥수수를 딴 처녀가 그날의 승리자가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한번 지나친 곳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앞만 보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옥수수 하나만을 선택해야 합니다. 한 번 땄으면 도중에 좋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딸 수도 없습니다.
기이한 것은 제일 좋은 옥수수를 따러 들어간 처녀들은 한결같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못나고 형편없는 옥수수 하나만을 들고 나온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뒤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선택이 그렇게 현명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하기 위함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반려자보다는 신이 선택해준 반려자가 최선일 수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함입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 내에서 항상 불완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반면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는 사람은 백화점 내 대부분의 옷가게를 한 번은 훑어본 다음 눈에 찍어두었던 것을 사기 위해 다시 돌아갑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시는 것도 같은 방식입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아 한 번 지나간 시간을 다시 역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는 시간의 모든 순간이 실제적으로 현재입니다.”(600항) 그러니 인간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역사에 개입하실 수 있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죄를 저지를 것을 미리 내다보셨습니다. 그래서 이미 구원자를 마련하셔서 제 때에 보내실 계획을 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은 이미 세상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의 계획안에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불행한 상황들 때문에 생겨난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미리 정하신 계획과 예지에 따라” 성취된 일입니다.(599항 참조)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