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230년 만에 발견… “신앙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복자 유항검 묘지터 추정하고 무덤 개장 작업 중 유해 발견 전문가 참여 검증 작업 통해 유해 진정성 확인한 모범 사례
■ 철저한 과학적 검증
이번 유해 발굴 과정에서는 교구와 교회사 전문가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과 연계한 치밀한 고증 작업과 과학적 검증 작업을 진행, 결과의 신뢰도를 높인 점이 눈길을 끈다. 단순히 기록이나 주장만으로 추정한 것이 아니라, 교회사학과 고고학, 의학, 과학 등 각 전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 유해의 진정성을 확인한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호남교회사연구소를 비롯,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진은 먼저 묘소의 정밀조사와 유물 연구를 실시했다. 무덤 출토물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는 1700년대 말에서 1800년대 초, 윤지충과 권상연이 순교한 1791년경에 해당했다. 백자사발지석의 명문 내용도 각각 윤지충과 권상연의 인적사항과 일치했다. 연구진은 동시에 유해의 해부학적 조사와 유전정보 연구도 진행했다. 이 해부학적 조사과정에서 윤지헌의 유해를 찾았다. 윤지충의 유해 다섯 번째 목뼈에서는 참수로 인한 손상을 발견했다. 나머지 8기의 유해 중 1기에서는 능지처참의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 유해가 윤지충의 유해와도 해부학적으로 유사함을 확인하고, 정밀조사를 통해 윤지헌의 유해임을 밝혔다. 유해 조사는 크게 치아 교묘도(마모 정도)와 골화도를 통한 연령검사, 해부학적 조사, Y염색체 부계확인검사(Y-STR)로 진행됐다. 각 유해들은 200년 이상 지났음에도 거의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어 나이와 성별, 키까지도 추정 가능했다. 그동안 발굴된 성인과 복자의 유해 중에서도 이렇게 온전한 상태로 보존된 유해는 드물다. 조사 결과 유해의 성별은 모두 남성이었고, 연령 역시 순교 당시의 나이와 부합했다. 키는 윤지충 165.2㎝, 권상연 152.5㎝, 윤지헌 163.9㎝가량으로 추정됐다. 이어 Y염색체 부계확인검사에서 윤지충과 윤지헌의 유해는 해남 윤씨 친족 남성 5명과, 권상연의 유해는 안동 권씨 친족 남성 5명의 유전정보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해 발굴과 조사 과정에 참여한 김진소 신부는 “역사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으면 전설과 다름없다”며 과학적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