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배웠던 「큰 바위 얼굴」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한국교회 사제들과 신자들에게 큰 바위 얼굴 같은 존재입니다.”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는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한국교회 역사와 오늘날의 신자들에게 갖는 의미를 ‘큰 바위 얼굴’에 비유했다. 미국 소설가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작품인 「큰 바위 얼굴」은 높은 산 바위에 새겨진 얼굴 형상을 바라보며 자란 소년 어니스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대한 인물로 성장해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조 주교가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을 앞당길 수 있는 신자들의 활동을 제안해 배론성지(주임 곽호인 베드로 신부) 주관으로 지난 6월 15일 ‘희망의 순례’를 시작하게 된 것도 최양업 신부가 한국교회의 사표(師表)라 믿었기 때문이다.
“최양업 신부님은 먼저 순교성인이 되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에게 빛이 가려져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양업 신부님도 목숨을 바쳐 하느님을 증거하셨고 사제들에게는 사목자의 모범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 준 분입니다.”
조 주교는 최양업 신부가 박해시대에 관헌의 눈을 피해 해마다 7000리(2800㎞)를 걸어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황해도와 강원도까지 공소 신자들을 찾아다녔던 착한 목자요 길 위의 순례자이자 땀의 순교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교회에는 103위 순교성인과 124위 순교복자가 있지만, 아직 성덕의 삶을 산 증거자로서 시복시성되신 분은 없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이야말로 땀의 순교자로 마땅히 시복시성돼야 하는 분입니다. 오늘을 사는 사제들도 나름대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제 생활이 힘들 때 최양업 신부님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원주교구가 희망의 순례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기대했던 시복이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깔려있다.
“지난해 최양업 신부님 시복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교황청에서 기적 심사가 통과되지 못하면서 다시 기적 심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교황청에서 시복 심사를 할 때 신자들의 기도와 현양운동 참여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 노력의 하나로 희망의 순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원주교구에서 시작한 희망의 순례를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교구 간 협조와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 주교는 무엇보다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망의 순례를 제일 빨리 알리는 방법은 신자들의 ‘입터넷’입니다. 희망의 순례에 참여해 최양업 신부님께서 걸으셨던 길을 따라 걷는 신자라면 다른 신자들에게도 참여하라는 입소문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신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것이 희망의 순례가 가장 빨리 확산되는 방법입니다. 교계 언론에서도 역할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조 주교도 희망의 순례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희망의 순례 순례지 30곳을 다 걷지는 못해도 시간을 내서 가능한 대로 순례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희망의 순례는 원주교구에서 앞장서야 하는 운동인 만큼 저도 걷겠습니다.”
조규만 주교는 마지막으로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이 신앙의 후손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최양업 신부님 시복시성은 신앙의 후손들인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한국교회 신자들이 얼마만큼 열심히 최양업 신부님 시복을 위해 기도하고 염원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의 순례에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