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4월 16~21일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에 나섰다. 위원회는 순례길에서 그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된 뒤 사목지인 조선에 입국하기 위해 거쳐 간 여정과 유해 이송로를 따라가며 조선 복음화를 간절하게 기원했던 그의 정신을 되새겼다.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은 지난해 10월 12일 서울대교구가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승인받음으로써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시복 추진에 요구되는 외부 검증 절차, 즉 지역 주교회의와 교황청 시성부의 검증을 거친 결과다. 이로써 서울대교구는 ‘하느님의 종’으로서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 추진을 하기 위한 사전 절차를 마쳤다.
이제 복잡하고 엄격하게 이뤄지는 시복 재판을 위해 서울대교구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을 증거할 수 있는 자료들을 수집하는데 힘쓰게 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교회의 하느님 백성들이 함께 참여하는 현양운동이다. 하느님 백성들 사이에 그의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이 널리 퍼진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복자, 나아가 성인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대교구와 한국교회 전체에서 브뤼기에르 주교의 현양을 위해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바치는 기도와 현양의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복시성은 사실 그 대상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의 신앙 성숙과 영혼의 구원을 위한 일이다. 신앙 선조들의 삶과 굳건한 신앙을 본받으려는 일상의 실천과 현양의 노력이야말로 시복 추진의 핵심이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은총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