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중 북한군에 납치…신앙 모범에 존경과 감사 표시
성심수녀회(한화관구장 최혜영 엘리사벳 수녀)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서울대교구 용산신학교에서 북한군에게 납치된 3인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 사제를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을 9월 11일 옛 용산신학교 자리인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뒤편에서 거행했다.
당시 용산신학교에서 학교를 두고 피신할 수 없다며 남았던 이재현(요셉·1909~1950?) 신부와 백남창(아가피토·1920~1950?) 신부, 정진구(마티아·1920~1950?) 신부는 1950년 9월 17일 북으로 패주하던 북한군에 의해 도서실에 감금됐다가 어디론가 연행된 뒤 행방을 감췄다.
용산신학교 교장이었던 이 신부는 6·25전쟁 중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모시고 공산 치하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미사를 봉헌하는 등 신앙의 모범을 보였다. 소신학교였던 성신중학교 교사 백 신부도 용산신학교에 남아 피신을 거부했다. 동성중학교 교사였던 정 신부는 성모병원 용산 분원 서무계장으로 위장해 있다가 변을 당했다.
이날 43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황응천 신부(스테파노·서울대교구 용산본당 주임)가 축복한 기념비는 1950년 당시 신학교 4학년생으로 세 신부의 납치를 목격한 김항식(안드레아) 씨의 기증으로 세워졌다. 김 씨는 끝까지 사제로 남았던 세 신부에 대한 깊은 존경과 감사를 기리고자 기금을 조성해 기념비 설치를 청원했다.
용산신학교는 가톨릭대학교의 전신인 예수성심신학교(1885~1942)가 강원도 부엉골에서 이전한 신학교로 이후 다시 혜화동으로 옮겨갔으며 옛 용산신학교 자리는 현재 성심학원과 성심수녀회에서 활용하고 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