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대성당’이라 하면 많은 분들이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설립된 본당의 성당이자 한국교회의 역사를 담고 있는 성당이기 때문이지요. 세계적으로 생각해 보면 로마 바티칸에 자리한 성 베드로 대성당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명동대성당을 부를 때의 대성당과 성 베드로 대성당을 부를 때의 ‘대성당’은 사실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바실리카(basilica)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말로 ‘대성당’에 해당하는 말인데요. 이 말은 역사적·신앙적·예술적인 중요성을 인정받는 성당이자, 교회를 통해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은 성당을 일컫습니다.
바실리카는 원래 줄지어 세운 기둥 위에 지붕을 올린 사각형의 넓은 강당 형태의 건축 양식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 재판, 집회, 상거래를 위해 쓰인 이 건축 양식은 교회가 공인되면서 교회의 주요 건축 양식이 됐습니다. 당시 교회가 기존 바실리카를 개조해 성당으로 사용하거나 바실리카 양식으로 성당을 지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역사가 오래된 성당은 대부분 바실리카 양식의 건물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실리카는 특별한 성당을 높여 부르는 칭호가 됐습니다. 특히 16세기 무렵부터 교회는 특정 성당들을 지정해 바실리카라 부르도록 했는데요. 현재 교회법에는 삭제된 내용이긴 하지만, 1918년 「교회법전」에는 “사도좌의 허락이나 오랜 관습을 따르는 경우 외에는 어떤 교회에도 대성당(바실리카)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을 정도로 중요한 칭호입니다. 여전히 바실리카라는 칭호를 붙일 권한은 교황청에 있습니다.
바실리카에는 대 바실리카(major basilica)와 소 바실리카(minor basilica)가 있습니다.
대 바실리카는 전 세계에 딱 4곳, 그것도 교황님께서 사목하시는 로마에만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바실리카이자 교황님의 주교좌성당인 ‘라테라노 대성당’, 오늘날 교황청이 자리하고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 성 바오로 사도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 바오로 대성당’, 성모님에 관한 기적이 담긴 전설로 성모설지전(聖母雪地殿)이라고도 불리는 ‘성모 대성당’ 이렇게 4곳입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이 4곳의 바실리카를 제외하고 바실리카라고 불리는 모든 성당은 소 바실리카에 해당합니다. 우리말로 ‘준대성전’이라고도 하는 소 바실리카는 대 바실리카의 일부 특전을 부여받은 성당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한 곳 있습니다. 바로 광주대교구 가톨릭목포성지 ‘산정동 순교자 기념성당’입니다.
그럼 명동대성당을 대성당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대성당은 바실리카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교좌성당(cathedral)을 높여 부르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구장 주교님이 자리하시는 주교좌가 있는 성당은 한 교구의 중심이자 가장 중요한 성당이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대구대교구에도 주교좌 범어대성당이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