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한(恨), 정(情), 신바람(神明)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한’과 ‘신바람’은 한국인에게 매우 특별한 정서라고 하겠다. 우리 속담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도 자주 한다. ‘한’ 개념은 이처럼 한국인에게 고유한 정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이유로 한국인은 역사를 통하여 숱한 외적의 침입을 받아왔으며, 신분사회로 인한 갈등이 쌓여왔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것이 항상 부정적인 면만 있지 않고, 때론 정신적인 해소나 도약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인이 분쟁이나 전쟁보다 평화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어떻든 ‘한’이란 ‘마음속의 응어리’나 ‘한국인 삶의 가장 원초적인 충동’(김열규)으로 억압된 감정이 축적된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한이 분출돼 나타난 경우들을 보면 매우 다양하다. 가령 판소리, 탈춤(가면극), 민요 또는 대중가요로도 불리면서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풀자’는 말을 자주 한다. 오해를 풀고, 노여움을 풀고, 몸도 풀고, 맺힌 한을 풀자고 한다. 굿을 한풀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인의 또 하나의 고유한 정서가 바로 ‘신바람’이다. 한국인들이 ‘신명나게 놀아보자’, ‘무슨 신나는 일이 있나봐’라고 말할 때의 신바람이다. 응어리지고 맺힌 한은 반드시 풀어야 하며, 그 한이 풀릴 때 새로운 삶의 추진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의 신명(신바람)의 기원은 기원전 1세기경 고대국가의 제천의례 때부터라고 보고 있다. 가령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삼한의 계절제에서 군중이 음주가무를 통한 제천의식을 연중행사로 지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신명이란 사람 안에 있는 신기(神氣)가 밖으로 표출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신의 바람’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신기는 특히 예술가들에게서 잘 드러난다. 한국인은 재능 있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끼가 있네’라거나 ‘신끼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신과 인간이 합일된 신인합일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는 자연과의 조화, 곧 몸속의 리듬(주파수)과 자연의 리듬이 서로 공명을 이루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신바람은 성격상 잘 갖추어진 규격화되고 형식화된 상태보다 자유롭고 비규격화된 상태에서 더 잘 발휘된다. 그때가 인간의 자유로운 본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마치 풍물패의 신나는 장단에 맞춰 흥을 키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고유한 신명이 음악분야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BTS 음악, 이날치 등이 K-culture와 함께 도약하고 있다. 한국 신앙인도 한(죄)을 풀고, 하느님의 축복 속에서 신명나게 사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바란다.
글 _ 유희석 안드레아 신부(제1대리구 구성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