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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갈등 치유 명약’ 화해의 첫 걸음 떼는 방법

이주연
입력일 2024-12-06 수정일 2024-12-10 발행일 2024-12-15 제 342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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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과 화해·용서하고 하느님 사랑 속에서 치유
타인과의 갈등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 등 생활 속 구처젝 실천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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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신부 지음 / 황미하 옮김 / 180쪽 / 1만8000원 / 가톨릭출판사

개인의 이기심·증오·분노가 개인적인 갈등을 일으키고 이런 갈등이 서로 다른 계층, 이념, 가치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울려 살던 시대보다, 표면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시대보다 분열은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다. 각자의 삶에서도 대다수가 관계에서 갈등과 분열을 경험한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그 모든 것의 치유가 화해라는 것을, 다들 머리로는 떠올릴 텐데 왜 직접 한 발짝 화해의 걸음을 떼기는 어려운 것일까.

안셀름 그륀 신부는 책을 통해 어떻게 해야 화해할 수 있는지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는 우리 삶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방법이 화해라고 단언한다. 개개인이 자신과의 화해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화해, 자연과의 화해, 하느님과의 화해를 통해 내적인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자신과 화해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는 것’이다. 자신 안에서 분열된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분열시키기 때문이다. 남을 이해하기보다 자신을 아는 것이 더 힘든 것처럼, 다른 이와 화해하는 것보다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 더 힘들 수 있다.

그륀 신부가 책에서 제시한 ‘자신과 화해하는 5단계’와 ‘용서의 5단계’는 화해의 용기를 가지는 데에 실제적인 도움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자신과 화해하는 5단계’에 대해서는 1단계 ‘자신이 살아온 삶과 화해하기’, 2단계 ‘자신에게 예하고 말하기’, 3단계 ‘자신의 어두운 면과 화해하기’, 4단계 ‘자신의 몸과 화해하기’, 5단계 ‘자신의 잘못을 용서하기’로 설명한다. 여기서 자신의 잘못을 용서할 때는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방법적으로는 ‘자신에 대해 그려 놓은 환상과 결별하는 것’이다.

그륀 신부는 “그래야 내가 살아온 삶, 내 몸, 내 성격과 더불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며 “자신을 사랑하고 겸손해지고 하느님 사랑도 깨닫게 되면서, 또한 나의 그림자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신과 화해하는 단계들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 화해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 ‘내가 사랑으로 내 그림자에 들어갔다면, 다른 사람의 어두운 면도 평가하지 않고 다정하게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의 화해에서는 부부, 형제자매, 부모와 자녀, 친구,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생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화해할지 일상 속 사례를 들어 쉽게 이야기해 준다. 아울러 성경에 나오는 화해의 모범 등을 밝히고, ‘평화’와 ‘자유’, ‘신뢰' 등 화해를 통해 맺는 열매들에 대해서도 밝힌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게 독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가능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화해’의 의미를 나누는 것은 책이 지닌 큰 특징이다.

그륀 신부는 결국 “과거의 아픈 상처에서 벗어나 용서의 마음을 갖고, 자신을 받아들이며, 상대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은 진정한 화해를 알도록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화해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화해는 약속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의해 규정되지 않으며 화해한 사람으로서 언제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짐을 끌고 다닐 필요 없이 말입니다.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지만 과거와 화해함으로써 그 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170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