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가정과 생명, 그리고 AI’ 세미나 열어 낙태 등 생명 분야에서 왜곡된 데이터 학습 막아야
현재 생성형 AI는 낙태 같은 민감한 분야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지만, 계속 질문하다 보면 낙태 수술이 가능한 병원 링크가 하단에 제공되는 등 실효성이 없기에 교회가 AI의 학습 자체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위원장 문창우 비오 주교)는 12월 7일 수원교구청에서 ‘가정과 생명, 그리고 AI’를 주제로 2024년 정기 세미나를 개최했다.
‘AI 시대에 생명에 대해 말하기’에 대해 발제한 성 바오로 수도회 한창현(모세) 신부는 “생성형 AI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은 미봉책이며 이 방식에 의존하는 사이에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될 수 있다”며 “생성형 AI의 학습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는지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신부는 기술적 대안 가능성을 제시했다. “AI의 성능은 데이터에 달려 있기에 상당한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데이터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AI 학습에 사용되는 것을 견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한 신부는, 실시간 정보 검색을 통해 응답의 정확도를 높이는 ‘검색증강생성’과 특정 전문 분야의 데이터 세트를 추가로 학습시키는 방식인 ‘파인튜닝’ 과정에 교회 개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 신부는 “검색증강생성에 필요한 별도의 데이터 세트를 교회가 공동선과 교회의 사회 윤리에 입각해 제공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또한 교회 입장에 특화된 데이터 세트를 파인튜닝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가오는 AI, 그러나 앞으로도 가정’을 발제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도 “AI에 점점 의존하며 인간의 사고능력과 의지 능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결국 현재 인간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기술 통합은 가톨릭 가정의 영적, 도덕적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전통적 가치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생명과 인간 존엄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창우 주교는 축사를 통해 “AI가 가정과 생명을 위한 소중한 도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위협할 것인지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고 당부했으며, 전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이성효(리노) 주교는 “AI가 가정·생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기계라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