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세계 청년 대회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환영의 밤이 열렸다. 폭설도 내렸고 며칠째 추운 날씨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핫팩이었다. 평소에 핫팩을 사용하지 않지만 왜 하필 핫팩이 떠오를까? 성모 동산에서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몹시 추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정작 핫팩을 가져가지는 않았다. 오후 5시 시작이라 저녁도 먹지 않고 달려갔다. 배고픔에 식사는 먹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대성당에는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로 가득했다. 처음에 마당에 들어섰을 때 봉사자들이 안내 리플렛을 나눠주며 핫팩도 함께 주었다. 내가 집에서 깜빡한 그것이다. 다행히도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기온이 계속 올라가 따뜻해졌다. 옥외 행사는 없었다. 식사는 청년들이 좋아하는 피자, 핫도그, 붕어빵, 녹차 호떡 등을 따뜻한 음료와 함께 나눠주었다. 음식을 뻥튀기에 담아 주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환경을 생각한 아이디어 같았다.
개막 공연에는 여러 나라가 참여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필리핀 공동체의 공연이었다. 그들의 노래에는 떨림이 있었다. 대성당에서 떼제기도를 봉헌했고, 찬양하는 사람들이 성당 안을 충만하게 이끌었다. 이어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의 인도 하에 ‘십자가의 길’을 진행하였다. 멋진 분위기의 밤이었다. 행사가 끝나고도 오랜 시간 청년들은 성당 마당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분위기를 즐겼다. 행사 중에 마주친 WYD t성모 성화의 눈빛에 놀랐다. 엄하고도 아름다운 눈빛이어서 뭔가 마음에서 찔끔하였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기로 다짐하게 되었다.
첫눈이 내리고 바로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공개되며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청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교회 안에서 함께 눈을 굴리자는 것이다. 함께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면 분명 눈사람이 그대들의 삶을 이끌 것이다.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고 눈을 굴리듯 그렇게 연륜을 교회에서 쌓아나가면 하느님 안에서 삶의 원동력을 얻게 될 것임을 말해주고 싶다.
글 _ 김동기 요한 사도(서울대교구 신월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