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병대 군종사제 처음으로 공수 강하 훈련받고 수료한 박동진 신부
“공수 강하 임무에 투입되는 장병들의 등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그들의 두려움을 곁에서 직접 보듬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역량을 갖추고자 훈련에 스스로 지원했습니다.”
군종교구 해병중앙본당 주임 박동진(안드레아) 신부는 이렇듯 “장병들이 감수해야 하는 공수 강하 훈련의 두려움까지도 함께 나누고자” 해병대 군종사제단 처음으로 훈련에 자원해 2024년 11월 18일부터 12월 6일까지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장병들이 있는 곳 어디든 찾아다니는 군종사제 일과만으로도 힘겹지 않았을까. 박 신부도 장병 위문과 상담, 자살 예방과 회복탄력성 교육으로 매일 긴 시간과 거리를 무릅쓰고 돌아다녀야 하지만, “해병대 장병들과 더 깊이 있게 공감하고 그들의 자부심을 아는 최선의 방법으로 훈련에 직접 함께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처음에는 신학생 시절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던 경험만으로 대원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해병대 장병들은 공수 강하처럼 가장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이 있어요. 같은 마음을 나누고 싶었기에 실천할 용기가 솟았습니다.”
교육마다 진행되는 체력 훈련, 1200피트의 강하 높이, 20㎏ 넘는 군장을 이겨내는 건 힘겨웠다. 박 신부는 “몸이 피곤해지니 마음도 여유를 잃어 장병들에게 한결같이 따뜻하게 다가가기 힘들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 교육생들에게서 위로자이신 예수님을 발견하며 각오를 다잡았다.
“자기보다도 힘겨워하는 동료를 챙기고 위로하는 장병들에게서 배웠어요. 저야말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면모일 테니까요. 그래서 힘들어도 먼저 웃음을 보이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교육생들과 많이 친해지고 더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직 사명감만으로 아찔한 높이를 서슴없이 강하하는 장병들과 같은 경험을 나눈다는 건 박 신부의 성소를 새롭게 했다. 박 신부는 “인간적인 두려움마저 결의로써 극복해 내는 이들이 내 동료라는 게 자랑스러웠다”며 “군종사제로서 그들을 위해 내 몸을 기꺼이 내던지겠다는 다짐이 한층 더 단단해졌다”고 역설했다.
장병들과 기꺼이 같은 상황에 뛰어들고 공감하는 사목을 실천으로써 보여준 박 신부. 그는 “2000년 전 지상에 오셨던 예수님께서 이미 우리와 온전히 같아지시고, 같은 것을 느끼시고 이해해 주셨다”면서 “그런 그리스도를 따른 ‘젖어 드는 사목’을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고백했다.
“종교가 힘을 잃고 하느님의 부재를 말하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계심을 그저 삶으로 증언해 내고 싶습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