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셀름 그륀 신부·우신루 지음/김혜진 옮김/172쪽/1만6천원/분도출판사 죄책감과 열등 콤플렉스 등 관계 방해하는 작용 원리 찾고 심리학과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아름답게 공존하는 방안 제시
상처 없는 삶이 있을까. 우리는 크고 작은 여러 일들로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자신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측면을 다른 이에게 투사하곤 한다. 열등 콤플렉스로 힘들어하며, 경계를 설정하는 문제로 고군분투하고, 누군가 우리 경계를 침범하면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책의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와 우신루 박사는 강좌와 피정으로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관계’를 방해하고 불편하게 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관계가 어그러졌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한 상처를 고통스럽게 경험할 뿐이었다.
책은 심리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관계를 방해하는 메커니즘을 ▲죄책감 ▲수동적 공격성 ▲투사 ▲열등 콤플렉스 ▲잘못된 경계 짓기 ▲상처 주기 등 여섯 가지 유형으로 제시한다. 이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도 상처 받게 하는 것들이다. 저자들은 “우리 안에서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알아야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예를 들어 메커니즘들을 설명하고, 심리학적 통찰과 성경 등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해결할 방안을 찾는다.
무엇보다 중점을 둔 것은 성경적 치료법이다.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주제인 ‘죄책감’의 경우, 창세기 선악과(창세 3,7) 관련 내용과 카인과 아벨(창세 4,1-16), 또 집사의 비유(루카 16,1-8)를 통해 죄책감을 살핀다. 그러면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용서하는 사랑을 바라보면 모든 자기 비난과 자기 단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럴 때 용서에 대한 내면의 모든 저항이 사라지고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꼼꼼하게 살폈다. 상담하며 경험하고 배운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치료 방법도 상세히 다뤘다.
관계를 어렵게 하는 메커니즘의 힘을 잃게 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건강한 자존감’이다. 저자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나를 용서하고 나와 화해하여 건강한 자존감을 기른다면, 관계에서 상처받을 때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여기서 겸손과 화해는 중요한 태도다. ‘겸손’은 죄책감이나 수동적 공격성, 투사, 열등 콤플렉스, 잘못된 경계 짓기, 상처 주기 등이 우리 안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화해는 우리의 상처들을 바라보고 자유로워지게 한다.
저자들은 “자기 자신과 화해한 사람은 자신의 참자기, 자신 안의 중심을 발견할 수 있다”며 “그 중심에서 자신의 삶은 혼자가 아니며, 자기 안에 살고 계시는 하느님이 그 중심에서 불가침의 존엄성을 만나게 해 주신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삶에서 삶을 방해하는 메커니즘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용기를 내기를 바랍니다. 영적 전통은 우리에게 이러한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충만한 삶을 살고 서로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제시합니다. 공동체와 평화 그리고 화해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체를 위협하고 방해하는 메커니즘을 직시해야 합니다.”(167~168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