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단체

“학교 밖 청소년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박주현
입력일 2025-03-31 13:31:52 수정일 2025-04-01 16:57:12 발행일 2025-04-06 제 3436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서울 ‘청소년문화공간JU’, 학교 밖 청소년 위한 수업 진행
Second alt text
학교 밖 청소년들이 3월 25일 서울 동교동 청소년문화공간JU에서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아 포토샵 수업을 듣고 있다. 박주현 기자

“저희처럼 학교같은 제도권 교육이 맞지 않는 청소년이 많아요. 그러면 학교에서만큼 쉽게 친구를 사귀거나 다양한 체험을 할 기회가 드물거든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제게 맞는 분야도 탐색하고, 꿈도 꿔보고, 또래들과 교류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고 있어요.” 

3월 25일, 서울 동교동에 있는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 청소년문화공간JU(관장 양재모 안드레아 신부, 이하 JU)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포토샵, 바리스타, 일본어, 토론·글쓰기 등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토론·글쓰기 수업을 들은 전요한(17) 군은 “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이 맞지 않아 대안학교에 다니던 전 군은 “한참 진로를 찾는 나이인데, 작가가 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며 자기만의 글을 매끄럽게 완성해 보였다.

이처럼 JU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권 보장과 자기 계발,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를 주고 사회진입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3월부터 11월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이 스스로 주인이 돼 배움을 선택하고, 미래를 주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공교육을 벗어난 청소년들은 3월 17일부터 월~토요일 JU에서 전문 강사들이 주마다 1회(2~3시간) 펼치는 수업을 통해 꿈과 진로를 찾고 자신을 계발하고 있다. 요리, 제과, 바리스타, 사진, 포토샵 등 희망 진로를 계발하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는 수업들은 물론 필라테스, 원어민 영어 대화, 영상, 작곡 등 자기 계발을 위한 문화 수업들도 마련됐다.

사업은 흔히 ‘자퇴생’이라는 부정적 시선 등으로 자기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고립될 수 있는 청소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무사히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데서 의미를 지닌다. 박현우(율리안나) 사업팀장은 “이 청소년들은 더구나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판단·결정하고 스스로 움직여야 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불안함보다도 현재의 불안함을 더 크게 느낄 친구들에게 배움을 돕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돼 학교에 다니지 않게 된 김예영(16) 양은 바리스타, 필라테스 등 수업뿐 아니라 4월 개강하는 제과 수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개신교 신자인 김 양은 “제과 기능사 자격증을 딸 것”이라며 “한때 아팠던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치유하는 것을 만들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이웃에게 하느님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JU는 문화 프로그램뿐 아니라 검정고시, 대입 준비를 위한 학습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과목을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1대 1 멘토링 수업으로 진행해 학습 기초부터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과정까지 함께 한다. 청소년들의 문화 감수성과 유대감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문화체험도 진행되며, 연 1회 청소년들이 스스로 기획·진행하는 여행도 떠난다.

“모든 청소년들이 어른들이 만든 체제 안에서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는 당연함을 이해하고,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귀함을,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면서 함께할 때 우리 또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장 양재모 신부는 “이렇듯 본당 주일학교 청소년이 아닌 교회 울타리 너머의 청소년들, 그것도 저마다 다양한 아픔이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들을 지원하는 JU의 역할에 각별한 관심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