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이행을 위한 연구 세미나 시노달리타스 방식 전례 위한 법과 규범·제도에 대한 변화도 요구 이행단계 준비 위한 모임 여전히 ‘사제 중심’ 지적…시노드 정신 성찰해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 문서」 이행단계에 들어선 한국교회 안에서 시노달리타스가 ‘문화’로 정착하려면 ‘성령 안에서 대화’ 등 교회 구성원 모두가 자주 만나 대화하는 장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구현하는 전례의 정착과 평신도의 주체성을 높이기 위한 교회의 법과 규범·제도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할 한국교회 사목 환경을 돌아보며 최종 문서의 적용 가능성을 성찰하기 위해 3월 2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이행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안동교구 가톨릭 문화와 신학연구소 담당 정희완(요한 사도) 신부는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담론이 교회 안에서 공적으로 자주 언급된다면 시노달리타스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며 “‘성령 안에서 대화’처럼 주교,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자주 만나 대화하는 장이 한국교회와 교구, 본당 차원에서 얼마나 많이 이뤄지고 있는지가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신부는 이와 함께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장인 성체성사가 더욱 시노달리타스적 방식으로 거행되기 위해 전례 규범에 대한 교도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종 문서 27항을 인용해 “시노달리타스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전례 거행 방법에 대한 성찰을 맡을 연구 그룹의 설립이 요청된다”고 전했다.
평신도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인식의 전환과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알렉산데르) 신부는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본질을 새롭게 형성하는 과정이라면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백성을 ‘위계 속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교계 구조가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을 교회의 ‘진정한 주체’로서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평신도는 세례의 본질적 성격에 따라 ‘진정한 주체’가 되고, 세례성사는 교회에서 단순히 의무만이 아니라 권리를 부여한다”며 “교회가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평신도와 서품 성직자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 모델을 반영하는 제도적 교회 모델에 머물게 되고 ‘참여와 공동 책임’의 교회는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최종문서의 이행 단계에 들어서며 한국교회가 마련한 시노드 관련 모임이 지나치게 사제 중심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선임연구원은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로 임명된 이들을 비롯해 현재 교회가 ‘성령 안에서 대화’ 모임을 경험하도록 추진하는 우선 대상은 주로 사제”라며 “시노드 정신이 하느님 백성의 친교를 강조하고 성령 안에서 대화 역시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나누는 대화임에도 한국교회는 여전히 사제 중심, 사제 우선으로 소개하고 확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사제들이 먼저 경험하고 그 사제들을 통해 다른 구성원에게 확산하는 방식은 여전히 ‘가르치는 교회’와 ‘배우는 교회’의 구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힌 이 선임연구원은 “수도자와 평신도가 단순히 시노드 여정에 초대된 손님이 아니라 그 직무를 책임지고 전문성을 높여갈 일꾼으로 함께 양성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제1발제에서 최종문서가 어떤 신학적 전망 안에 있는지, 시노달리타스 실현 과정(Synodal process)은 어떤 신학적 기초를 갖는지 살펴본 서강대학교 최현순(데레사) 교수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이기 위해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 공동체가 ‘교회적’ 공동체라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 다른 공동체와의 올바른 관계성을 정립하는 일”이라며 “이런 기초 위에서라야 식별, 결정, 수행, 책임 있는 설명과 평가라는 시노달리타스의 전 과정이 ‘교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주교시노드의 가장 큰 열매는 시노드 자체가 보여준 ‘방법론’일 것”이라며 “「최종 문서」가 제안한 이 과정들을 한국교회, 각 교구와 본당이 마주한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목자와 신자들이 함께 작업해야 하며 이것이 보편교회가 제안한 시노달리타스 개념의 일종의 ‘토착화’ 작업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김정용(베드로) 신부도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지지되는 핵심적인 지향의 하나는 시노달리타스의 토착화와 관련되어 있다”며 본당, 교구, 한국교회 차원의 토착화 방법을 소개했다.
김 신부는 본당 사제 대상 체험 연수 등을 열어 본당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과 문화가 수용되고 확산되도록 여건을 우선 마련하고, 교구의 사목 현안에 따른 대화·식별의 과정을 갖는 교구 시노드 개최를 교구 차원의 토착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최종 문서 과제 이행을 위한 연구와 기획, 시노달리타스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전례 거행 방법에 대한 연구는 주교회의 등 한국교회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