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하느님 뵙겠다는 열망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라”
‘하느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복음을 선포하면서 제일 먼저 선포하신 주제다. ‘이미 와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이 통치하는 나라’다. 성경에서는 이 나라가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로마 14,17)이라고 했다. 한자로 옮겼을 때 ‘천국’(天國) 또는 ‘천당’(天堂)인 하느님 나라는 시대를 넘어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한편 하느님을 찾는 방법이기도 했다. 성인들 역시 하느님 뜻에 따라 살려는 노력을 열망했다. 사순 시기의 막바지를 보내면서 성인들을 비롯한 교회 역사 안의 저명 신학자들이 제시했던 천국에 이르는 길, 하느님을 찾기 위한 명언들을 찾아본다.
하느님을 찾아서
성 베르나르도, ‘당신 자신을 향해 가세요’
사상과 영성 면에서 교회 생활에 가장 깊은 영향을 주었던 성인 중 한 명인 시토 수도회 수도승, 클레르보 수도원의 원장 베르나르도 성인(1090~1153)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당신 자신을 향해 가라”고 했다. 수도자들에게 관상 기도에 전념하도록 고무했던 성인은 “당신에게 제시된 길은 멀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당신 자신을 향해 가면 됩니다. 말씀은 당신 가까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은 당신의 입속과 마음속에 있습니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신학의 원천 자료는 원칙적으로 성경, 그다음이 「베네딕도 규칙서」였는데, 평소 ‘말씀’에 바탕을 두었던 면모를 비춰볼 수 있다.
성 보나벤투라, ‘모든 계시가 내려오는 태초’
보나벤투라 성인(1217~1274)은 중세의 대표적인 스콜라 신학자로 꼽힌다. 1588년 식스토 5세 교황(1585~1590)에 의해 ‘교회 학자’로 선포된 성인은 철학과 신학의 영역을 분명히 구분했고 신앙 진리에 있어서 철학 자체의 한계를 분명히 밝힌 학자다. 신앙의 빛이 없는, 즉 신학에서 분리된 철학은 하느님의 신비, 인간의 신비, 양쪽의 관계, 인류의 구원 문제에 대해서 올바로 규명할 수 없다고 했다. “세상에는 계시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진리도 있다”고 했던 성인은 “가장 먼저 나는 영원의 아버지께 간청합니다. 그분은 모든 계시가 내려오는 태초이고, 훌륭하고 완벽한 선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빛의 아버지입니다”라고 했다.
아빌라의 성 데레사, ‘하느님 아버지를 대하듯이’
가르멜 수도원 개혁가로서, 신비가 이자 교회 학자인 아빌라의 데레사 성인(1515~1582)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고독을 얻기 위해 자신의 내부 세계로 몰입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자아 속에서 거치는 기도의 여정을 묵상의 기도·고요의 기도·합일 기도의 여정으로 묘사한바 있다. 인간의 영혼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 즉 신적인 인간 영혼의 깊이를 세밀하면서도 단순하게 설명했던 그는 하느님을, 아버지를 대하듯이 찾으라고 한다. “우리는 그토록 친절한 손님을 낯설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성인는 “아버지를 대하듯이 우리는 그분과 겸허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밝힌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하느님을 찾는 시간은 현세’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1567~ 1622)은 하느님을 찾는 시간은 ‘현세’에 있다고 언급했다. 17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영성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이들 중 한 명으로, 그리스도교의 완덕이 하느님과 이웃 사랑에 있음을 재차 강조했던 그는 “하느님을 찾는 시간은 현세입니다. 하느님을 발견하는 시간은 죽음입니다. 하느님을 나의 것으로 하는 시간은 영원입니다”라고 했다. 성인은 ‘현대 영성의 아버지’라 불리며, 성 마리아 방문 수도회를 직접 세웠다.
성 에디트 슈타인, ‘자신에게 도달하는 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1999년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된 십자가의 성 베네딕타 성인(에디트 슈타인·1891~1942)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가르멜회 소속 유다인 수녀로 독일 현대 철학과 여성론 그리고 그리스도교 사상을 연구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가르멜의 삶이란 ‘세상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백성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사랑을 실현하기 고독을 선택한 삶이었다. 그런 삶 속에서 성인은 “하느님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도달하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가경자 마들렌 델브렐, ‘영혼의 바닥까지 내려가라’
20세기 프랑스 여성 선교사 마들렌 델브렐 가경자(1904~1964)는 파리 교외 가난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30년여를 살았다.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자기 자신을 내맡겼던 그녀는 바오로 사도 말씀을 인용하며 “복음을 전하면서 나 자신이 복음화되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행할 것”이라며 “복음을 전하면서 우리 자신이 복음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느님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내려가고 세상 끝까지 나아가라고 조언한 것이다. 그는 “이 세상 끝까지 간다면 당신은 하느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 영혼의 바닥까지 내려간다면 그곳에서도 당신은 하느님을 찾을 것입니다”고 전했다.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
성 루도비코 마리아 그리뇽 ‘마리아는 주님께 가는 지름길’
수도회 설립자이자 증거자인 루도비코 마리아 그리뇽 성인(1673~1716)은 마리아와 로사리오(묵주기도)가 주요 신심이었다. 이 신심을 전파하기 위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이란 책을 저술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클레멘스 1세 교황에게 교황청 선교사로 임명된 뒤, 프랑스 서쪽 지역을 다니며 그리스도를 전했고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께 이르는 성덕의 길을 가르쳤다. 생전에 마리아 영성에 대해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그런 업적처럼 「황금전설」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가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께 가는 가장 손쉬운 지름길이자 완전한 길이다.”
성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하느님 나라 가려면 예수 성심 기도를’
프랑스 파레이르모니알(Paray-le-Monial)에 있는 ‘성모 방문 수녀회’(Ordo Visitationis Beatae Mariae Virginis) 수녀로 네 차례 예수의 발현과 환시를 체험했던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성인(1647~1690)은 예수 성심 신심을 전파하는 데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특별히 예수 성심의 환시를 체험한 것 중 네 번째에서 예수가 성인에게 한 말씀은 유명하다. 여기서 예수는 성체 축일 일주일 후 금요일을 성심을 공경하는 축일로 정하고, 그날 영성체하는 것은 물론 제대 위에 성체를 현시함으로써 성심이 받은 불경을 배상하기 위하여 엄숙히 보상 행위 등을 하도록 명령했다. 이런 배경에서 성인은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위해 예수 성심 기도를 추천한다. “짧은 시간에 영혼을 최고의 완전함으로 드높이는 경건한 방법으로 나는 예수 성심 기도 외에 다른 것은 알지 못한다.”
성 소화 데레사, ‘작은 길이라는 영성의 길 찾아’
비오 11세 교황이 “성덕의 으뜸이며 기적의 천재”라 부르며 사후 28년 만에 성인으로 선포한 리지외의 데레사(소화데레사) 성인(1873~1897)은 24세 나이로 죽기까지 ‘작은 길’이라 하는 영성의 길을 걸었다. 「한 영혼의 이야기」라는 자서전에서 성녀는 “나는 천국에 가는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했다. 곧고 아주 짧으며 작은 길을 찾으려고 했다. … 내가 열망하는 그 길이 성경에 암시되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때 영원한 지혜의 입에서 나온 말씀, 아주 작은 사람이 내게 올 수 있다는 말씀을 읽었다”며 ‘작은 길’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적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