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목 어때요

서울대교구 잠실3동본당 ‘우리 성당 영화관’…“콘텐츠 홍수 속 ‘좋은 영화’ 봐요”

박효주
입력일 2025-03-31 13:32:15 수정일 2025-03-31 13:32:15 발행일 2025-04-06 제 343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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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가치 다룬 영화 상영…비신자에게 문턱 낮추고 친근한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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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서울대교구 잠실3동성당에서 열린 ‘우리 성당 영화관’에 참석한 본당 신자 등 50여 명이 <사일런스>를 관람하고 있다. 박효주 기자

신자들이 성당에 모여 영화를 관람하며 전교와 정서 환기 등에 긍정적 효과를 보는 본당이 있다.

서울대교구 잠실3동본당(주임 강상수 필립보 신부)은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금요일 저녁에 운영하는 ‘우리 성당 영화관’을 3월 28일 시작했다. 5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관람한 첫 영화는 근세 일본의 천주교 탄압 속에서 예수회 선교사들의 고뇌와 종교적 성찰을 그린 <사일런스>(침묵, 2016)였다.

‘우리 성당 영화관’은 본당 특성상 연령대가 높은 신자들이 많아 어르신들이 가까운 곳에서 바람 쐴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성당은 거룩한 곳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가볍게 올 수 있는 장소로서 문턱을 낮춘 것이다. 또한 비신자들에게도 문이 열려있어 전교의 효과도 기대하며, 가족들이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으로서도 활용 가능하다.

영화 상영에 참석한 신명숙(엘리사벳) 어르신분과장은 “이번 영화가 최신작은 아니라 이전에 이미 봤지만, 성당에 다 같이 모여 다시 보니 느낌이 새로운 것 같다”며 “앞으로 종교 영화나 따뜻한 다큐멘터리 등을 성당에서 함께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가 오붓하게 함께 영화를 보러 온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남편과 함께 성당을 찾은 이희자(율리아) 씨는 “요즘 젊은이들을 위한 영화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아 따뜻한 볼거리에 목말라 있었는데, 신앙과 감동을 담은 영화를 본당에서 상영해 준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왔다”며 “미사나 기도뿐만이 아니라, 냉담 교우나 비신자들에게 성당에 같이 가자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씨의 남편 백승태(라파엘) 씨는 “평소 부부가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고는 했는데 성당에도 같이 나들이를 오게 돼서 뜻깊다”며 “본당 모임 때 성당에서 함께 봤던 영화에 대해 대화도 나누며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영화관을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며 “고전적이면서 신앙심을 키울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성당 영화관’을 담당하는 윤나경(아녜스) 교육분과장은 “보다 친근하고 모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로서 영화를 선택했다”며 “성찰과 희망 등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가톨릭 정신에 부합한다면 꼭 종교 영화에만 국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선정을 맡은 강상수 신부는 “매일 접하는 소소한 요소들에 따라 인생의 큰 방향이 정해지는데, 부정적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요즘 시대 속에 ‘좋은 영화’가 긍정적인 역할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첫 영화는 사순 시기에 맞는 내용으로 선정했는데 앞으로는 추천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