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후 정기총회 개최…‘한반도평화행동’ 등 시민 평화단체와 연대 활동 강화키로
국제가톨릭평화운동 단체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 상임대표 이성훈 안셀모, 이하 PCK)는 3월 20일 서울 합정동 전진상센터에서 PCK 공동대표 강우일 주교(베드로·전 제주교구장) 주례로 한반도 평화 특별 미사를 봉헌하고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미사와 정기총회는 PCK 회원들이 ‘구조적 죄’인 무관심을 극복하는 연대 정신으로 국내·외 비평화의 도전들에 맞서 활동할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됐다.
“형이상학적 죄는 인간 연대의 절대적 결핍에서 나온다. … 내가 있는 곳에서 불법과 범죄가 자행되고 다른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나는 살아남았다면, 내 안에서 하나의 소리가 들리고, 이를 통해 나는 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나의 죄다. 형이상학적 죄를 판단할 자는 오직 하느님뿐이다.”(칼 야스퍼스 「죄의 문제」 참조)
“공포정치는 지도층의 범죄에 독일 국민이 동참하게 되는 놀라운 현상을 초래했다. 국민은 복종하는 자에서 공범자로 변모했다. 물론 제한된 범위에서만 그랬지만, 우리가 도저히 그런 짓을 하리라고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 가령 가정적인 아버지들이나 의무에 따라 자신의 과업을 수행하는 성실한 시민들이 마찬가지로 의무에 따라 타인을 살해하고 강제수용소에서 명령에 따라 잔혹 행위를 완수했다.”(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참조)
강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겪은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와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인용해 “내가 범죄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바(상호 연대와 공동책임)를 행하지 않았다면 그 죄는 내게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자유주의로 빈부 격차는 심화하고, 내국인과 이주민·난민 사이 벽은 높아지고, 정치적 보수·진보 갈등은 커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사 후 열린 정기총회에서 PCK는 올해 지속적인 회원 확대와 평화 교육, ‘한반도평화행동’ 등 시민 평화단체와의 연대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7월 27일 정전기념일에 DMZ 평화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국제적으로는 일본 원폭 투하 80년을 맞은 시점에서 국제적 핵무기 금지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팍스 로마나 가톨릭대학생국제운동(IMCS)과 함께 히로시마·나가사키 평화 순례와 국제 가톨릭평화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히로시마 포럼에는 PCK 공동대표 강 주교와 고문 이기헌 주교(베드로·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전 위원장)가 PCK 회원 및 대학생·청년들과 동행할 예정이다.
또 6월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열리는 가톨릭평화포럼에서는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계 평화의 날(1월 1일) 메시지에 따라 ‘군비를 기아, 교육 및 기후에 전환하는 방안과 인공지능과 평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실천을 모색할 예정이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