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생태환경위, 안성 미리내성지에서 식목행사 ‘나무야 부탁해’
식목일을 앞두고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 신자들이 150여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자연 생태계 보존의 의미를 되새겼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는 교구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실천 중 하나로 3월 29일 경기도 안성 미리내성지에서 식목행사 ‘나무야 부탁해’를 개최했다. 모집인원은 100명이었지만 관심 있는 신자들이 몰려 초·중고등부 주일학교, 단체, 가족, 수도자 등 150여 명이 넘게 참가했다. 행사는 성지가 나무를 심기 위해 미리 준비한 부지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에메랄드 블루애로우, 플라밍고 셀릭스, 황금회화나무, 계수나무 등 150여 그루를 심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삽을 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나무 심기에 알맞은 깊이로 파 내려갔다. 나이가 어린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모종삽이라도 들고 교사, 부모님을 따라 힘을 보탰다.
크기가 성인 남성 덩치만 한 계수나무 묘목은 굴삭기로 파 놓은 더 깊은 구덩이에 심었다. 묘목을 옮기는 데만 두세 명이 달려들었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임에도 나무 심기가 반 정도 흘렀을 때 참가자들은 어느새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청소년 참가자 중에는 나무 심기가 처음인 학생들도 많았다. 제1대리구 권선동본당 임채민(바오로) 군은 “나무를 직접 심어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흙을 파고 물을 뿌린 뒤 나무를 심는 생각보다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나무가 자리를 잡는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오늘 두세 그루를 심어봤는데 앞으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임 군의 아버지 임경택(베드로) 씨는 “최근 전국적으로 산불이 많이 나 이재민이 많이 발생하고 나무도 많이 불에 탄 만큼 오늘 행사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릴 적에는 나무를 심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자연 생태계에 보탬이 되는 경험을 가족과 함께하게 돼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식목행사가 마무리되자 전체 부지의 4분의 1이 참가자들의 정성이 담긴 묘목들로 채워졌다. 특히 이날 심은 나무들 앞에는 참가자 청소년들의 이름을 새긴 표지판이 세워진다. 올해로 4번째 식목행사를 해 오고 있는 생태환경위는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부지를 모두 나무로 채울 계획이다.
위원장 양기석 신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의 하나는 탄소중립으로, 일반인이 탄소중립에 참여할 수 있는 쉬운 실천이 바로 나무를 심는 것”이라며 “특히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뒤 에덴동산을 잘 일구고 돌보라고 명령하셨듯이(창세기 2,15 참조) 지구의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고 사람도 쉴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식목행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