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립공원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19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국립공원은 50년 동안 22곳으로 늘어났다. 50년, 반세기. 숫자로만 보면 축하가 어울리는 때지만, 국립공원이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불편한 마음이 앞선다. 지리산 ‘산악열차’와 같은 전국의 주요 산지 개발 계획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설악산이 위기다. 작년 12월 말,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은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의 문화재현상변경을 불허함으로써 결국 무산되었다. 그런데, 지난 6월 15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이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국립공원이자 천연보호구역인 설악산에 이렇게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현실이다. 국립공원의 법적 근거인 자연공원법은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정부는 보전이 아니라 이용, 곧 개발을 편들기 일쑤였다.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이 그 증거다. 설악산케이블카는 2012년과 2013년 두 번이나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된 사업이다. 그런데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는 이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이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후, 이 사업의 경제성과 환경영향 평가가 모두 부실, 조작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환경부는 사업을 강행하기에 급급했다. 이 사업의 파행적 추진에 책임진 사람은 환경부나 국립공원위원회에 없다. 온몸을 던져 이 사업에 저항했던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만 있었을 뿐이다. 자연공원법이 말하는 자연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해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한다.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는 오래 전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말은 모순과 사기라고 비판했다. 기존의 ‘발전’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뀔 때에만 이 말에 의미가 있다. 자기 제어, 곧 절제라는 기제가 발전에 내재되어 작동할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기존의 ‘이용’을 고집하는 한, 지속가능한 이용도 없다. 그것은 편익을 낼 수 있는 한,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계속 개발하고 이용하겠다는 탐욕의 분칠일 뿐이다. 자연 개발을 추진하며, 자연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먼저 아니냐는 주장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사람과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한 사회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자연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사람도 존중하지 않는다.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자연도 그렇게 다룬다. 땅과 나무를 마구 파헤치고 베어버리는 사회는 사람도 그렇게 함부로 쓰고 버린다. 그래서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을 비롯한 각종 산지개발사업과 우리나라에 만연한 비정규직 노동은 동전의 양면이다. 국립공원 50주년은 국립공원과 자연생태계, 더 나아가 타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10년 뒤 우리는 국립공원의 환갑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조현철 신부(예수회) 녹색연합 상임대표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