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열을 내리며 숙취 해소에 좋은 ‘가성비 갑’ 반찬
채소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가장 첫 번째가 흠 없이 싱싱하고 예쁜 겉모양일까? 이런 기준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콩나물은 크고 통통하고 잔뿌리가 짧으며 검은 점 없이 노란 빛이 도는 떡잎일 것이다. 물에 불린 콩이 빠져나가는 물만 먹고 쑥쑥 자라는데, 물에 영양이 얼마나 많기에 그토록 잘 클 수 있는 것일까. 나물, 밥, 찜으로 여기저기 쓰이는 콩나물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면 다행이다. 이제부터 건강하고 안전한 밥상으로 바꾸면 되니까.
‘해장은 역시 콩나물국’이라는 답이 정해져 있는 이들은 이미 콩나물의 숙취 해소 효능을 몸이 꿰고 있는 셈이다. 아스파라긴산과 단백질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ADH)를 많이 생성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밖에 무기질, 비타민B1·B2·C 등이 다량 함유돼 있는 콩나물은 생긴 건 볼품없을지 몰라도, 콩나물 한 접시에 성인 일일 권장량의 비타민C가 절반 이상이 담겨 영양학적으로 무게가 가볍지 않다. 씨앗 콩에 없는 비타민C가 발아되면서 생성된 것이고, 중국이나 일본 등 이웃나라에는 없는 고유의 식문화다.
중국 도홍경이 쓴 「신농본초경집주」(神農本草經集注)라는 책에 콩나물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콩에서 나온 싹을 말린 황권(黃券)이라는 약재가 지금의 콩나물과 같다. 황권은 위 속의 열을 내리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 문헌에 콩나물은 고종 23년(1236년)에 발행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처음 기록돼 있다.
뿌리부터 떡잎까지 버리는 것 없이 전식을 하는 콩나물은 그 원재료와 생산이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먹을거리다. 수원교구연합회 박혜경 농민이 생산하고 있는 콩나물은 국내산 무농약 백태 100%로 백탄 숯이 든 상자에서 국립보건환경연구원 인증을 받은 음용수로 길러 재배한다. 농약, 생장촉진제, 발아제 등 화학약품을 쓰지 않으며, 콩나물이 자랄 때 꾹꾹 눌러주는 게 유일한 재배방법이다. 그래서인지 콩나물이 가늘고 잔뿌리가 길어 질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긴 잔뿌리에 함유된 아스파라긴산이 일반 콩나물의 2배나 된다.
중국콩을 수입해 일반 음용수(수돗물, 농업용수)로 길러낸 콩나물에 농약 잔류량이 검출되지 않으면 친환경 인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 생장촉진제나 발아제 유무는 점검하지 않는다. 세상의 법은 원가가 저렴한 수입콩을 쓰고 무게가 많이 나가도록 크게 통통하게 키우는 것이 수완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에게 이상적인 콩나물과 건강한 콩나물에 관한 인식의 간격을 벌리기도 했다.
오늘 저녁 얼떨결에 밥상에 콩나물밥, 해물찜이 올랐다면 안전한 콩나물인지 살펴보자. 아울러 예상 식단에 있다면 앞으로는 숯콩나물로 바꿔보면 어떨까. 먹을거리의 작은 변화로 파생되는 여러 이로움을 따졌을 때 ‘가성비 갑’이라는 말이 딱이다. 수원교구 무농약 콩나물 250g과 1kg이 각각 2,000원, 6,700원에 공급 중이며, 안동교구 무농약 콩나물은 350g에 2,300원이다.
숯콩나물로 만든 건강밥과 콩나물된장해물찜.(서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제공)
요리 이민숙(로사리아·서울 월계동본당)
‘영재를 만드는 밥상’(blog.naver.com/tamwood) 블로그 운영자
정리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