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22. 노인을 위한 특별한 사랑과 관심 (「간추린 사회교리」 222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19-05-28 수정일 2019-05-28 발행일 2019-06-02 제 3147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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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인생 선배’로 바라보면 어떨까
노인빈곤율 45.7% 고령화사회
고용과 복지 확충 필요하지만 공동체 부모이자 어른으로
노인 공경하는 사회 노력 필요

“엄마의 암 소식을 처음으로 이모에게 전해 들으며,

나는 그 때 분명히, 내 이기심을 보았다. 암 걸린 엄마 걱정은 나중이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사나, 나는 오직, 내 걱정뿐이었다.

그러니까, 장난희 딸, 나 박완은, 그러니까,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 다, 너무나 염치없으므로.”

(tvN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14화 중)

■ 한국사회가 마주한 무서운 현실 ‘노인빈곤’

2019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45.7%라는 것을 아시나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며 가난이라는 격동의 한국사 속에서 한강의 기적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이룬 어르신들의 오늘날 상황입니다. 이는 OECD평균 노인빈곤율이 11%임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년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낮은 복지혜택, 취업교육의 부재,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저소득, 독거노인, 고독사, 무연고사망과 같은 노인문제가 사회적으로 점점 더 큰 갈등으로 격화될 전망입니다.

노인빈곤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인문제를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을 대하는 우리의 잘못된 생각과 무관심이 많은 어르신들을 힘들게 하고 우리 사회를 더 병들게 하고 있다.

■ 더 참혹한 결과, 노인소외

거리에서 폐지를 주우시는 노인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평균수명은 늘었는데 노인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평생 동안 가족을 부양했지만 미처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사는 것이 어려워 노인들을 돌보지 못합니다. 심지어 자식들이 부모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 가난, 외로움, 병고 등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소외와 냉대는 노년의 상황을 더 절망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급격한 사회 발전과 디지털화 속에서 고용, 경제, 가정,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노인들이 설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 노인문제를 경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봅니다.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어르신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잘못된 생각과 무관심은 많은 어르신들을 힘들게 하고 우리 사회를 더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 이 시대 절실히 요구되는 가정, 공동체 정신

노인빈곤은 산업발전과 핵가족화의 결과이지만 가장 먼저 어르신들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과 자세를 반성해야 합니다. 고령화시대에 정책적으로 노인고용을 늘리고, 노인들에 대한 복지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절실한 것은 노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입니다. 우리 주변의 노인을 돌보는 것을 나의 책임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노인을 부모이자 어른으로서 공경하고 정성어린 효성을 실천해야 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차별하는 사회도 희망이 없지만 노인을 경시하는 사회도 희망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결국 노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정의 본질이 사랑이듯, 사회의 본질도 사랑입니다. 사회도 큰 가정입니다. 사회에 사랑이 필요합니다. 내 부모님과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인사, 나눔, 관심과 기도, 사랑을 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께 바치는 참된 봉헌이고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노인들은 가치와 전통을 전달할 수 있고 젊은 세대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인생 학교이다. 이로써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선익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선익도 추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고통 속에서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노인들은 의료 서비스와 적절한 지원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간추린 사회교리」 222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