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먹거리 존중하는 참된 회심 필요 농어촌, 생명과 창조질서 상징 수백 년간 경제 이익만 중시돼 농어촌에 빈곤·환경 파괴 가속 하느님 창조물 돌보는 연대해야
이 신부: 우리 본당과 자매결연을 맺은 시골 본당이 있는데, 청년들이 함께 농촌 봉사활동을 가면 어떨까?
베드로: 신부님, 날씨도 더운데 무슨 시골에 가요? 그냥 다함께 야구장이나 가요! 마리아: 신부님, 저는 찬성이에요. 농촌체험은 도시생활만 하는 저희에게 매우 유익한 체험이에요. 본당 청년들이 힘든 농사일과 밭일을 직접 해 보면 우리가 먹는 먹거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뜻깊은 시간이 될 거에요. ■ 농활의 추억 나이 지긋한 분들이시라면 농어촌이 고향인 경우가 많고 30~40대 교우분들도 청년시절 농활에 대한 추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동료들과 농사일도 하고 막걸리도 한잔 했던 경험 속에서 우리가 먹는 먹거리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그 작은 쌀 한 톨을 위해서 농민들의 수고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됩니다. 오늘날 GMO(유전자조작식품)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에 빠져 사는 현대인들에게 농촌은 꿈같은 공간일지 모릅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터치 몇 번이면 배달음식이 도착하는 오늘날 농어촌과 생명의 중요성이 점점 잊혀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 ‘생명의 장’인 농어촌에 대한 무관심 농어촌은 그 자체로 생명과 창조질서의 상징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시 하느님께서 주신 땅을 일구며 다른 피조물을 돌보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농어촌은 땀을 흘려 먹거리를 얻는 생명의 장이며, 창조된 만물을 정성껏 돌볼 인간의 거룩한 사명을 깨닫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개발에만 혈안이 돼 무엇이든 저렴하게, 심지어 가축조차도 대량생산을 하고 그것들을 탐욕적으로 이용만 합니다. 이용만 하고 돌보지도 못합니다. 농수산 축산물은 우리의 욕심 때문에 경제적 값어치로만 인식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모두 고귀한 생명이며 돌봄받고 존중돼야 할 대상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농어촌으로부터 우리 관심은 자꾸 멀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생명을 지키려고 애쓰는 농민들은 힘없는 소수자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수백 년간 많은 나라에서 경제적 이익만이 중시되면서 농어촌의 빈곤, 소외와 불균형, 영세농가의 급증, 농촌사회의 붕괴, 환경 파괴 등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농어촌에 대한 공동체 의식과 생명에 대한 책임감 없이 이기적인 마음으로 살기 때문은 아닐까요? ■ 생태적 회심의 시작, 우리농촌살리기 운동 농업은 모든 생명과 연관돼 있기에 창조주이신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풍요로운 초대입니다. 한국천주교회는 1966년 ‘가톨릭농민회’를 창립했고, 1994년 ‘우리농촌 살리기운동’을 시작했으며 매년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정해서 지내 오고 있습니다. 농어촌에 대한 관심과 우리 모두의 생태적 회심을 지향하기 위함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도 농어촌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연대를 요청합니다.(299항)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 그리고 생명과 먹거리를 존중하는 우리의 참된 회심이 필요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회개는 인간의 정신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뉘우침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세우신 생태계 전체의 질서와 공식을 훼손해 온 우리의 오만과 남용과 방관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회심하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2018년 7월 15일 제23회 농민 주일 담화문, 강우일 주교)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