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對) 북한 제재 등으로 한국교회가 인도적인 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은 것 하나라도 가능한 것을 시작하면 어떨까요? 외국의 NGO를 통해서라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에 온정의 손길을 더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1995년부터 2006년까지 홍콩 카리타스 국제협력국장으로 국제 카리타스의 대북지원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했던 카타리나 젤베거(67·현 스탠퍼드대학교 객원연구원)씨가 11월 9일~22일 통일부 통일교육원 초청으로 방한했다. 오랫동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 온 그녀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젤베거씨는 대북지원 노력으로 2005년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젤베거씨가 처음 북한을 찾은 것은 1995년 4월이다. 당시는 북한의 대홍수 전이었다. 1995년 여름에 발생한 대홍수는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모두 바꿔놨다. 그리고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북한의 상황으로 또 다르다. 젤베거씨는 현재 북한의 특징을 ‘5M’이라고 설명했다. 시장(Market)과 돈(Money), 핸드폰(Mobile phone), 자동차(Motorcar), 중산층(Middle class)이 그것이다.
젤베거씨는 “특히 젊은층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면서 “지금의 젊은층은 정부가 더 이상 모든 것을 제공하지 않은 시대의 태어났고, 기존세대와는 다르게 그들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사람들은 장을 보거나, 물물교환, 사업을 통해서 먹을 것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6년 홍콩 카리타스에서 퇴직한 젤베거씨는 스위스 외교부 소속으로 5년 동안 북한에서 거주하며 인도적 지원 활동을 지원했고, 지금도 홍콩의 한 비정부기구를 통해 대북지원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젤베거씨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차올랐던 기대가 진척되지 않는 대화로 인해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북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젤베거씨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인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베거씨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의지의 문제”라면서 “현재도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한국교회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직접 만나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임을 잘 알아요. 여기서 멈추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항상 도울 준비를 하면서 정치적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