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시대, 서로에게 ‘펭수’가 돼 주면 어떨까
「간추린 사회교리」 582항
‘펭수’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는 없는 위로와 공감 때문
시대의 요청에 따른 성찰을 통해 사랑이 모든 가치의 최우선돼야
“누구나 다 특별해요. 특별하지 않은 건 없어요. 제가 부른 노래 중에 ‘특별하면 외로운 별이 되지’라고 있죠? 하지만 특별한, 외로운 별들이 모이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은 특별이 되는 거 같아요. 다 같이 사는 이 지구에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이해하고 배려하는 별이 된다면 다들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이제 제가 받은 사랑 꾹꾹 담아 웃음으로 돌려드릴게요. 다 할 수 있어요. 저도 하는 거면 사람들도 다 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 힘내요!! 펭러뷰!”(펭수의 인스타그램 답장)
■ 헬로키티에서 펭수까지
최근 펭수라는 친구가 인기입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인기랍니다. 올해의 인물로도 뽑힌 펭수는 EBS에서 제작한 펭귄 캐릭터인데 남극에서 왔습니다. 펭수는 바쁩니다. 장관님을 만나고, 유튜브와 방송 출연, 팬싸인회 등 분주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런 중에 펭수가 우리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랑해!”, “힘내!”, “괜찮아요, 속상해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웃음이 돼 드리고 싶어요!”라고 합니다. 인공적으로 제작된 이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꿈과 희망, 위로와 사랑을 얻기 때문입니다. 펭수가 사랑 받는 이유는 답답하고 꽉 막힌 현실에서 일시적이나마 그런 우리의 속앓이를 시원하게 뚫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 가치만큼 더 중요한 것, ‘보듬어주는 행동’
오래된 질서와 가치들이 무조건 낡고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도 있듯이 옛것은 새것의 바탕이고 근본입니다. 분명 옛것은 지켜야 할 귀한 가치들입니다. 문제는 옛것이 자꾸만 구태해진다는 것입니다. 형식과 규율만 강조하고, 그 안에 보듬고 보살피는 따스함이 없다면 그것은 바리사이들의 누룩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사랑하고 공감하는 문화이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질서와 가치만큼 중요한 것은 ‘보듬어주는 사랑’입니다.
함께해 주고 지지해 주며 받아 주며 공감하는 그런 사랑의 행동 말입니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헬로우 키티부터 카카오 라이언과 펭수에 이르기까지, 이 캐릭터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위로와 공감입니다. 위선과 강압, 싸늘한 비판이 아니라, 믿고 기다려주고, 함께 있어줌을 통한 위로입니다. 이 캐릭터들의 인기에 공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캐릭터들은 자칫 우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시대를 식별하고 성찰하라는 표징입니다. 지금이 도무지 사랑과 위로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식별은 더욱 절실히 요청됩니다.
■ 가장 우선하는 가치, ‘사랑’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오늘처럼 하느님이 필요한 날은 없었다!”고 하십니다. 위로와 사랑이 부재한 시대에 대한 진단입니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세상이 약육강식의 세계임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세상이 축복과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길 희망하며 살아야 합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축복임을 확신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신앙을 품은 인간의 위대함이자 하느님의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이들에게 펭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펭수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펭수가 돼 주길 바라시는 것이 하느님의 마음이 아닐까요?
“더욱 인간답고 더욱 인간에게 걸맞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생활- 정치, 경제, 문화- 에서 사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야 하며, 사랑이 지속적으로 모든 활동의 최고 규범이 되어야 한다.”(「간추린사회교리」 58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