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보호는 헌법적 요청… 사회·경제적 사유 인정은 곧 낙태 허용 남성 책임 강화하고 임신·출산·양육 보호해야 갈등 중인 여성이 출산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사회·경제적 지원과 익명 출산 등 제도화 필요 낙태 거부한 의료인 피해 없도록 권리 도입도
“태아 생명 보호는 헌법적 요청이고,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낙태죄 관련 개정 법률안에 포함될 수 없다. 출산 유도 상담제와 의료인 낙태 거부권이 도입돼야 한다.”
생명 수호를 위한 법률가 모임 ‘루멘비테’(회장 윤형한)는 9월 24일 온라인 회의 프로그램 ‘줌’으로 진행한 ‘태아 기본권 보호를 위한 낙태죄 개정방향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올해 말까지 낙태죄 관련법을 제·개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태아 생명 보호와 생명 보호 공익 실현을 위한 입법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루멘비테 회원들과 각계 전문가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2019년 1월 발족한 루멘비테가 대외적인 공식 활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산 유도하는 상담’과 ‘익명 출산 허용’ 필요
‘낙태의 규범적 의미와 법개정을 위한 제안: 루멘비테 개정안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한 한경대학교 법학과 신동일 교수는 ‘상담조건부 낙태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낙태 갈등 상황에 놓인 여성이 낙태하지 않고 출산할 수 있도록 낙태에 대한 위험성, 임신·출산 시 받을 수 있는 지원 사항, 익명 출산 절차 등을 알려줄 수 있는 상담이 필요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루멘비테가 제시한 ‘상담조건부 낙태에 관한 법률’안에는 여성 선택으로 인한 태아 생명권의 지나친 침해를 방지해 보편적 인간 존엄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임부에 대한 주거 또는 직업, 교육 등을 포함한 사회적·경제적 지원 ▲낙태 수술과 그에 따른 육체적·정신적 후유증, 위험성 ▲입양 관련 법적·심리적 사항 등이 일반 상담 내용에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익명 출산에 대해서도 ‘신분을 노출하길 원하지 아니하는 임부는 익명 출산을 할 수 있다’는 등 조항이 담겨 있다. ■ ‘의료인이 낙태를 거부할 권리’ 인정돼야 특별히 대한산부인과학회 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로서 세미나에 참여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 최안나 센터장은 ‘의료인이 낙태를 거부할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 1항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의료인이 낙태 거부를 이유로 벌칙을 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당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최 센터장은 “미국, EU 회원국 중 21개 국가와 스위스·노르웨이 등은 낙태에 대한 양심적 거부를 법률로 허용하고 있다”며 “의사가 낙태 관련 의료 행위나 시술 기관으로 안내 등 관련 절차에 참여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지난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2012년 8월 23일 낙태죄 합헌 결정 이후 불과 6년여 만에 바뀐 결정이라는 점,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태아 생명 즉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살인죄는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인간 생명은 임신되는 순간부터 철저하게 존중되고 보호되어야”하며, “낙태와 유아 살해는 흉악한 죄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70~2271항) ◆ 루멘비테(Lumen Vitae)는? 라틴어로 ‘생명의 빛’이라는 뜻으로, 2019년 1월 생명 윤리 연구 목적으로 창립된 법률가 모임이다. 법률가들을 중심으로 의료인과 종교인 등 타 분야 전문가들도 일부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 수는 20여 명이다. 창립 후 매달 1회씩 모임을 가져 왔으며, 지난해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는 관련법 개정안을 만들어 왔다. 루멘비테는 앞으로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도 생명 윤리 관점에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