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윤지충·권상연·윤지헌 전주교구, 유해안치식 진행 유해 진정성 관련 보고회도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 필요”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바오로)과 복자 권상연(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프란치스코)의 유해가 9월 16일 초남이성지 교리당에 안치됐다. 이어 24일 전주교구는 초남이성지 교리당 나눔의 집에서 유해 진정성에 관한 보고회를 진행, 이번 유해 발굴과 감식의 과정과 내용을 알렸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16일 초남이성지 교리당 앞마당에서 순교자 현양미사를 주례하고, 교리당에 윤지충·권상연·윤지헌 복자의 유해를 모셨다. 김 주교는 안치식 중 안치소를 축복하고, 복자들의 유해가 담긴 관을 봉인했다. 이어 복자들의 유해 일부가 담긴 성광도 안치소에 설치했다. 김 주교는 강론을 통해 “하느님의 놀라운 선물을 받고 이 귀중한 선물을 어떻게 보존해야 할지 거듭 곰곰이 생각했다”며 “세 분의 유해가 초남이성지에 현존해야 이 역사적인 현장은 빛이 나고 진정한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순교자를 뜰 안에 모신 이곳의 신앙공동체는 신앙으로 연대한 형제애를 보여주고 모든 성인의 통공을 실현한 공동체”였다는 점과 “복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이 신앙의 진리를 가르치던 교리당에 모셔진 순교 복자들의 유해는 이곳에서 존재 자체로 신앙의 진리를 가장 호소력 있게 가르친다”는 점을 들어 유해를 초남이성지에 안치한 이유를 전했다. 김 주교는 “코로나 사태로 크게 지친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크나큰 선물을 베푸셨다”며 “자랑스러운 순교복자의 유해 앞에 머물러 기도하며 이 유해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24일 열린 유해 진정성에 관한 보고회는 3월 11일 유해 발견 이래 어떤 과정으로 조사와 검증이 이뤄졌는지, 조사 결과 어떤 사실들을 알아냈는지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였다. 이날 보고회 중에는 호남교회사연구소장 이영춘 신부와 전 전북대 고고인류학과 윤덕향(안토니오) 교수가 순교자 묘소 발굴에 관해, 전북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송창호(벨라도) 교수가 순교자 유해 감식에 관해 발표했다. 보고회 마지막에는 유해 발굴 현장을 답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아울러 전주교구는 이날 보고회에 맞춰 복자들의 유해 발굴 기록을 담은 보고서도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순교자 묘소의 역사와 유해 발굴의 배경과 경과, 유해 발굴과 수습, 사실 확인과 검증, 유해의 진정성에 관한 확증 과정을 담았다. 또 유해 발굴의 성과와 신앙적 의의에 대한 성찰도 덧붙였다. 많은 사진을 곁들이고 가급적 학술용어 대신 일상어를 사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도운 점이 특징이다. 보고회 중 김성봉 신부(초남이성지 담당)는 “이번 세 순교자 유해 발견은 지극히 드문 경우로 참고 사례를 찾기 어려워 유해 진정성에 관한 교회 문서를 정독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보고회는 이를 구체적으로 교회와 세상에 알리는 첫 공식적 자리”라고 보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보고회는 발굴과 조사의 성과에 대해 상세하게 나누는 자리임과 동시에 앞으로 연구의 과제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특히 질의응답 시간에는 윤지충·권상연의 순교일과 유해가 묻힌 시기가 어긋나는 이유, 백자사발지석 내용상의 의문점 등에 관한 열띤 문답이 이어졌다. 이영춘 신부는 “보고서는 그동안의 연구를 정리해 소략한 것으로 학술연구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며 “오늘 보고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