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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완벽한 인간은 없다 / 김민수 신부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상봉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04-12 수정일 2022-04-12 발행일 2022-04-17 제 329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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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주임신부가 되어 처음 본당을 맡았을 때 열정을 다해 사목을 했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대부분의 신자들이 좋아했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 이 정도로 정성을 다했으면 모두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내가 하는 사목을 좋아해야 한다는 나의 판단이 일방적이고 오만이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인간관계에는 ‘3:3:4 법칙’이란 것이 있다. 어떤 모임에서든 10명 중에 세 사람은 나를 무조건 좋아하고, 세 사람은 이유도 없이 나를 싫어하고, 나머지 4명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중립 지역의 사람들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것은 완벽주의자일 뿐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잘해주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예수님도 완벽주의자는 아니셨음을 그분의 제자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고 따르던 베드로가 그분을 배반했고, 유다는 그분을 은전 30냥에 팔아넘겼다. 예수님은 완벽한 제자들보다는 불완전한 제자들을 통해 완전한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을 보더라도 완벽한 인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교회 안에서도 완벽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없다. 만약 완벽을 추구하는 순간 우리는 완전하신 하느님에게서 멀어진다. 완전함은 구별과 차별이 없는 온전한 상태이고, 완벽함은 부족함이나 흠이 없는 상태이다. 하느님만이 완벽하시고 완전하신 분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지혜를 구하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예전에 어느 본당에서 공동체를 자기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 하는 신자가 있어 모든 신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그 사람만 없으면 우리 공동체가 좋은 분위기가 될텐데….”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이사를 가게 되어 공동체를 떠났다. 모두들 그 사람이 떠난 것을 겉으로는 아쉬워하면서 속으로는 대환영이었다. 그 사람이 없는 공동체의 분위기는 너무나 화목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면서 또 다른 문제의 신자가 나타났다. 공동체는 어쩔 수 없이 그 신자와 함께 지내야 하는 지혜를 짜내야했다.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유다 같은 존재를 완벽하게 제거한다고 해도 또 다른 유다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깊이 깨닫게 된다. 100% 순금이 없듯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약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갖가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상호 간 부족함과 불완전함을 이해해야 서로 진정한 형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압박 속에 남보다 더 잘하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이유로 완벽한 것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빈틈을 보일 때 우습게 여기거나 능력이 없어 보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나치게 완벽함을 보이려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자신의 건강을 해치게 되고 우울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본당에서 가끔씩 신자들에게 말한다.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행동하라”고. 완벽한 사람보다 어딘가에 부족한 듯이 빈틈이 있는 사람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완벽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는 말씀대로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상봉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