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시작될 무렵 에어컨을 켜고 자서 그런지 감기에 걸렸습니다. 극심한 열과 몸살로 하루 종일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쯤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서 먹고 쉬니까 나아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병원이 많아서 아프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게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의료보험 덕분에 싼 비용으로 병원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사목을 맡게 되면서 이주민들의 의료보험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고 한숨이 나올 만큼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주근로자에게 병원 방문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등록이거나, 다른 사유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작은 질병으로도 상당한 비용을 내야 합니다. 또한 언어로 인한 소통도 어려워, 병원에 가기가 더 어렵습니다. 보험에 가입을 해도, 보험료를 꾸준히 내는데도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부담이 생깁니다.
이처럼 이주민들은 언어 제약, 정보 부족, 낮은 경제적·사회적 지위 등으로 건강권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싼 보험료를 내지 못해 독촉고지서나 압류통지서를 받고 의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체류 자격이 유지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보험료를 내기 위해 빚을 지는 일이 생깁니다. 진료비 부담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만들어진 건강보험제도가 이주민에게는 건강권 보장은커녕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이주민의 의료보험제도에는 이주민들의 무임승차라는 혐오에 따른 차별이 녹아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주민들이 한국 사람들이 낸 세금을 축낸다는 오해를 간간히 듣습니다.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외국인 의료보험 재정은 흑자일 정도로 많은 이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보험료를 지금도 납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며 얻은 대가가 적은 돈과 혐오로 인한 손가락질이라면 누가 오고 싶을지 생각해 봅니다. 외국인 의료보험은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의 벽이 여전히 두껍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우리 사람, 우리 이웃이라며 이야기를 하지만 그 ‘우리’에 이주민들이 있을 공간이 없습니다. 이주민들이 국민은 아니지만 ‘국민’이 아니어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잃지 않도록 이제라도 그들을 ‘우리’에 초대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