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이승환 기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이 ‘사도좌 정기방문’(앗 리미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한국 주교단은 사도좌 정기방문 첫 날인 9월 16일(현지시각)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문화교육부,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 종교간대화부 등 4개 부서를 차례로 방문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방문에서 한국 주교단을 대표해 발표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한국 주교들의 사도좌 정기 방문 기간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를 마무리하는 제2회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은 의의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주교시노드의 결과는 다른 지역 교회와 함께 한국 교회 안에서 실행될 것”이라며 “주교들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주교단의 방문에는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과 사무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어 열린 문화교육부 방문에서 서상범 주교(티토,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군종교구장)는 한국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와 교육위원회의 활동을 함께 소개하고, 한국교회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교황청의 조언과 협력을 당부했다. 교황청 문화교육부 장관 톨렌티누 데 멘도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에 따라 세워진 문화교육부의 역할과 사명을 소개하고, 한국교회가 문화와 교육을 위해 펼치는 모든 활동, 특히 가톨릭 초·중등학교와 대학, 학교 법인 등의 교육기관의 활발한 활동에 감사를 표명했다. 멘도사 추기경은 문화적이고 기술적인 양성이 고도화된 오늘날의 상황에서 한국 교회의 학교·대학 사목 현황, 한국의 문화·정치 환경과 한국교회의 접점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지에 대해 한국 주교단과 장시간 질의응답 형태로 의견을 나눴다.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와 종교간대화부 방문에서 조규만 주교(바실리오, 원주교구장)는 교황청과 달리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를 하나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소개하고, 한국 개신교와의 일치운동 역사와 현황, 종교간 대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첫 날 일정을 마무리한 한국 주교단은 17~19일 복음화부와 성직자부 등 교황청 11개 부서를 찾아 한국교회가 해당 부서와 유관된 활동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발표하고, 교황청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9월 20일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묘소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다. 한국 주교단은 9월 22일 로마한인신학원 한인성당에서 봉헌하는 미사를 끝으로 사도좌 정기방문 공식일정을 마무리한다.

1224년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즈음,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육체에 그리스도의 거룩한 다섯 상흔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대못이 손과 발을 뚫는 고통이 그대로 성인을 강타했다. 올해로 800주년을 맞은 성 프란치스코 ‘오상 기적’ 이야기다. 프란치스코 성인을 통해 교회 내 가장 신비스러운 기적 중 하나인 ‘오상 기적’이 현대인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알아보자.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의 표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시대의 신앙생활 맞게 해석해 신앙적 메시지로 이해해야 연민과 사랑의 성인 오상 기적을 증언하는 이는 프란치스코 성인 전에도 있지만,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를 모두 받은 성인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제2의 그리스도’(alter Christus)라는 별명처럼 성인은 그리스도의 생애와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다. 새들과 대화하고 늑대를 순한 양으로 만들었다는 일화처럼 성인은 인간뿐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한 모든 자연을 사랑하고 연민을 가졌다. 이런 면에서 오상 기적은 우주 만물에 대한 사랑, 더 나아가 그리스도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고자 걸어온 성인의 삶과 맞닿아 있다. 그 오상 기적의 은총을 입은 건 그 삶의 여정이 거의 마무리돼 가던 때, 홀로 더 깊이 관상하기 위해 찾아간 라베르나 산에서였다. 홀로 고요함 속에서 받은 ‘오상 기적’ 1224년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즈음 프란치스코 성인은 라베르나 산에 오른다. 성인은 40일간 동료들과 떨어져 단식과 금욕생활을 할 작정이었다. 세 명의 동료와 함께 지내는 것마저도 고요의 신비 속으로 젖어 드는 데 방해가 된다고 느껴 절벽 위에 홀로 지내겠다며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하느님의 거룩함, 선과 최고선, 사랑, 아름다움, 지혜, 겸손 등. 라베르나 산의 고독한 고요 속 성인이 깊이 관상한 신비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요를 깨는 환시를 목격한다. 여섯 개의 날개를 단 세라핌 천사와 빛으로 휩싸인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나타났다. 기적은 환시로 끝나지 않았다. 성인의 두 손바닥과 두 발, 옆구리에 그리스도가 입었던 수난 상처가 그대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성인의 전기 「프란치스코의 잔 꽃송이」 2부 3장의 표현을 보면 손에 단순한 구멍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에 박혔던 못도 적나라하게 생겨났다. 수도복을 적실 정도로 피를 흘린 프란치스코 성인은 라베르나 산에서의 일을 감추고 싶었다. 하지만 형제 수도자들은 피에 물든 그의 수도복과 핏자국의 위치를 보고 이 일을 알아챘다. 상처는 아물지도 심해지지도 않았다. 끊임없이 성인에게 그리스도 수난의 고통을 그대로 안겨줄 뿐이었다. 하지만 십자가에 매달리신 그리스도와 일치하고자 했던 성인이 그토록 원하던 고통이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곧 눈마저 멀었다. 이즈음 라베르나 산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며 믿음의 절정 속에서 드린 기도는 노래 ‘태양의 찬가’로 전해 내려온다. 성인은 2년 뒤인 1226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오상 기적,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으로 이해해야 오늘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에 사는 현대인에게 오상 기적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가시적인 기적에 대한 과도하고 잘못된 몰입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한국교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톨릭 이단 ‘마리아의 구원방주’ 교주 윤홍선(나주 율리아)도 오상을 받았다며 주장한 바 있기에 더욱 그렇다. 작은형제회 고계영 신부(바오로·영성신학)는 “우리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오상 기적을 이 시대의 신앙생활에 맞도록 해석해 이해해야 한다”며 “성경 속 기적 이야기들을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신앙의 메시지’를 알아듣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결국 ‘오상’이 현재를 사는 신앙인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고계영 신부는 이어 “오상의 일차적인 의미는 하느님께서 성인을 사랑하셨다는 사랑의 인장이고, 또 성인이 하느님을 놀랍도록 탁월하게 사랑했다는 사랑의 표시”라며 “결국 오상 기적을 보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것인지 깊이 헤아리며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화려하고 놀라운 기적도 결국은 그리스도교적 ‘사랑’으로 귀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 오상을 받은 성인들 그리스도교 역사를 훑어보면 오상의 사례가 무려 400건에 이른다. 다만 대부분 가톨릭교회가 공인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성인보다 앞서 우아니(Oignies)의 성녀 마리아도 같은 체험을 증언한다. 오상 기적의 은총을 입은 것으로 잘 알려진 또 한 명의 성인은 피에트렐치나의 비오 성인(카푸친 작은형제회·1887~1968)이다. 1910년 23세의 나이로 카푸친 작은형제회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사제가 된 지 1년 차부터 몸에 오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의 상처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19년부터다.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상처가 아물지 않고 피가 계속 흘렀다고 전해진다. 성인은 오상으로 인해 오해를 받아 3년 간 성무집행을 정지당하기도 했다.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도 오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카타리나 또한 오상을 숨기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야 그 상처가 세상에 알려졌다. 다만 교회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오상만을 공식적으로 기념한다. 교회는 올해 1224년 프란치스코 성인이 오상을 받은 지 800년이 되는 해를 맞았다.

1962년 3월 10일, 29살 때 독일 함부르크에서 배를 타고 42일간의 고생 끝에 부산에 도착한 일을 ‘좋은 휴가’였다고 웃어넘긴 진 토마스 신부(토마스 모어·Joseph Wilhelm Timpte·91·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화순분원). 진 신부는 한국에서 사제로, 교수로, 선교사로, 수도원 수련장으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올해 수도서원 70주년을 맞은 진 신부의 한국에서의 여정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선교사 꿈꿨지만 한국행은 뜻밖 “꼭 신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싶었습니다.” 선교사가 꿈이었지만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아 수도회에 들어와 양성 과정을 자연스레 받고 사제가 됐다는 진 신부. 1950년대 전 세계에 퍼져있던 공산주의의 심각성 때문에 그를 해결하기 위한 선교 열망이 커졌다. “원래는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파견됐습니다. 그냥 순명했죠.” 순명이 쉽지만은 않았다. 북한의 강제 노동 수용소를 경험한 선배 선교사들이 한국에 대해 조언해 주는 말은 언어를 배우기 어렵고 너무 춥다는 것뿐이었다. 처음엔 파견지를 바꿔달라 얘기도 해봤지만 수도회 결정에 순명한 결과로 한국에 온 것을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성 베네딕도회의 기본 원칙인 ‘순명’을 하면 하느님께서 은총을 내려주심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진 신부는 한국에 대한 첫인상으로 “너무 가난하고 비참해 보여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학교와 병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판잣집이었고, 부산에서 대구로 가는 기차 밖으로 보이는 것은 모두 초가집뿐이었다. 진 신부는 “한국이 가난하다고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심각한 현실을 마주치자 너무 슬프고 불쌍했다”고 밝혔다. 이 애처로운 땅에서 진 신부는 몇 년 안 되는 본당 사목을 시작한다. 33세에 수도원 수련장이 되다 “오토바이 타고 전깃불도 없는 거리를 달리며 공소를 찾아다녔어요. 스릴 있었죠.” 많은 사람이 열린 마음으로 혹은 구호물자 때문에라도 세례를 받던 시절이었다. 경북 상주 서문동본당 주임으로 2년 있을 땐 신자 수가 2000명에서 2500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한국 이름도 지었다. 철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관련되도록 글월 ‘문’에 길 ‘도’를 써서 ‘문도’가 이름이 됐다. 원래 독일어 이름의 ‘진’을 성으로 써 한국 이름은 ‘진문도’가 됐지만 거의 병원이나 공공기관 등에서만 쓰고 평소에는 ‘진 토마스’로 불린다고. 본당에서 잘 지내던 진 신부는 갑작스레 왜관수도원 수련장으로 발령받았다. “당시 아빠스가 35세에 수련장이 될 수 있다는 교회법을 따르지 않고 로마에서 관면을 받으면서까지 33세인 저를 수련장으로 발령했어요. 너무했다고 생각했죠.” 한국 생활 4년 차. 한국말은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였지만 지난 29년을 보냈던 독일 문화가 더 익숙할 때였다. 뜻하지 않은 수련장 발령에 놀랍고 걱정됐지만 진 신부는 다시 순명했다. “독일인들과 많이 다른 한국인들을 수련시키기 너무 힘들었다”고 그때를 회상한 진 신부는 수련장을 세 차례나 역임하며 15년 동안 현재 왜관수도원장인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를 비롯한 100여 명의 수도자 양성에 힘썼다. ‘말씀’의 선교사 진 신부는 상주 가르멜 수녀원 언저리에 예쁜 공소를 하나 지은 적이 있다. 하지만 본인은 성당을 짓거나 다른 사업을 하는 능력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은총을 받은 것은 ‘말씀’ 쪽이 아닐까 진 신부는 조심스레 추측했다. “저희 부모님과 이모, 고모 등 모두 학교 교사였어요. 그 유전이 어느 정도 있나 봐요.” 1965년 로마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진 신부는 30년간 왜관 가톨릭신학원(현 대구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학원)에서 교회사를 가르쳤고 신학원 원장도 역임했다. 영남지방 수녀들은 거의 자신을 안다고. 뿐만 아니라 피정 지도나 외부 강의도 많이 나간다. 진 신부는 “작년엔 두 번 정도밖에 피정 지도를 못 나갔지만 그 전엔 못해도 다섯 번은 나갔다”고 말했다. 말씀으로 무장한 선교사로서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고 싶지만 선교가 어려운 나라들이 있다. 파키스탄, 북한 등은 신자가 되려면 이민을 가야 할 정도이고 베트남과 중국도 박해가 어느 정도는 남아있다. 한국도 처음엔 쉽지 않았다. 진 신부는 “6·25전쟁 때 한국 사제들이 많이 사살당해서 그 수가 독일 사제들보다 적었다”며 “지금은 많아진 한국 사제가 독일에 가는 것도 교회의 보편성 안에서 서로 새로운 자극을 주고받는 데 좋은 것 같다”고 선교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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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일치, 분열된 세상에 변화의 에너지 되길”

천주교, 개신교, 정교회 등 한국 그리스도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창립 10주년을 축하하고, 그리스도인의 일치가 분열된 세상에 변화의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김종생 목사, 이하 신앙과직제)는 9월 4일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성당에서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1) 주제로 창립 10주년 기념 기도회를 개최했다. 입례와 경배, 말씀과 응답, 일치와 평화,위임과 파송 순으로 열린 기도회에서 각 교단 대표들은 사랑과 일치의 띠인 영대와 스톨을 서로의 목에 걸어주고 구원과 화해, 일치와 영광의 상징인 십자가를 따라 행진했다. 신앙과직제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행렬십자가와 탁상십자가, 영대와 스톨을 제작했다. 십자가는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창조물이 본연의 모습으로 재창조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생명나무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예수님과 성령의 9가지 열매이자 10개 회원교회를 의미하는 10개 상징도 생명나무의 열매로 새겨 넣었다. 영대와 스톨에는 혼란스러운 시대, 하나로 모이는 사귐과 협력의 교회를 뜻하는 십자가 문양을 담았다. 기도회에서는 또 그리스도교 일치의 근거인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며 각 교단에서 가져온 세례수를 합친 물로 세례 안에서 하나 되기를 염원하는 세례 갱신 예식도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정교회 세계총대주교청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 세계교회협의회 제리 필레이 총무의 축하서신과 영상메시지 상영 후 각 교단 대표들은 제대 위에 올라 손을 맞잡고 가톨릭성가 39장 ‘하나되게 하소서’를 합창하며 기도회를 마무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명의의 축하 서신을 통해 “주님의 뜻에 따라 그리스도인들 간의 일치를 증진하고 촉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여러분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며 “한국 교회들이 친교와 형제적 연대 속에 계속 성장해 이 고귀한 지역 사람들에게 유지되고 그리스도교를 증거할 수 있도록 주님 안에서 힘과 평화의 서약으로 축복을 보낸다”고 했다. 신앙과직제 공동의장 이용훈 주교는 기도회 인사말에서 ‘우리를 일치시키는 것이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더 큽니다’라는 성 요한 23세 교황의 호소를 전하고 “10년 동안 경주해 온 일치운동을 위한 협력을 더욱 견고히 하며 우리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일치가 어떤 난관에도 흔들림 없이 증진되도록 결의를 다지자”고 당부했다. 신앙과직제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2014년 5월 창립됐다. ▲가깝게 사귀기 ▲함께 공부하기 ▲함께 행동하기 ▲함께 기도하기를 통해 여러 전통의 그리스도인 사이에 쌓인 오해를 씻고 공동의 신앙적 친교를 이루며, 공동선을 지향해 오고 있다. 각 교단 평신도가 만날 수 있는 일치아카데미도 개설해 일치운동의 대중화와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개최하는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는 교회의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갈등과 분열의 현대 사회에 전하는 소통 창구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신앙과직제는 현재 천주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구세군한국군국, 한국정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디지털의 혁신이냐 배신이냐’…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AI)’의 갈림길

AI(artificial inelligence·인공지능) 기술이 말 그대로 전 세계 자본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시대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줄 잠재력도 크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딥페이크' 문제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9월 3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는 세계적인 AI 권위자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AI윤리 담당 고문 파올로 베난티 신부(Paolo Benanti·프란치스코회 TOR)가 초대된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AI 역량과 윤리에 대해 모색해 보는 특별한 강연이 마련됐다. ‘정보사회인가, 통제사회인가?’를 주제로 한 베난티 신부 강연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및 교구 주교단과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등 내빈을 포함한 800여 명이 참석해 AI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베난티 신부는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 교수,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위원, 유엔 AI 고위급 자문기구 위원, 이탈리아 총리실 산하 AI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강연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 준비 과정의 일환인 ‘WYD 지식여정’ 첫 순서로 기획됐다. “현대 기술이 던지는 핵심 도전 과제는 인간의 가치와 윤리적인 틀에 대해 성찰하는 사회 전체의 담론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교수 조동원(안토니오) 신부 통역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베난티 신부는 “기술 ‘혁신’을 공동선으로 향하는 ‘발전’의 원천으로 변형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의 숙제이고, 그 답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의 윤리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점을 약간 바꿔서 기술을 권력의 한 형태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베난티 신부는 “AI의 모든 명령에는 도덕적 결정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누가 가치 있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뉴욕의 로버티 모세스가 설계한 인프라를 예로 들어 모든 기술적 산물이 권력 이전과 질서를 재편해 사회적 역학과 접근성을 변화시킨 점을 강조했고, 70년대 미국 토마토 농장 경우를 들어 기술이 제품과 시장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들려줬다. 이제는 “기술의 문제가 인공지능 뒤에 있는 알고리즘에 있으며, 알고리즘으로 인해 어떤 사람은 인간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을 통해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하고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와 ‘인간이 되는 것의 가치는 무엇인가?’가 그것이다. 베난티 신부는 “여기서 ‘복음’은 우리가 새로운 경계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준다”고 강조했다. 복음은 언제나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와 ‘창조주의 피조물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AI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제기되는 핵심 질문은 ‘누가 누구를 통제하는가?’라는 점이다”라고 지목한 베난티 신부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는 ‘할 수 없는지’ 결정하는 이런 새로운 권력의 변화는 정의의 문제고,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려는 국가도 있을 수 있기에 지정학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교육하고 이 기술을 민주주의와 호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세례를 통해 고유한 이름을 지녔고 거룩함으로의 부르심이 있다는 것을 아는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서 베난티 신부는 젊은이들에게 기술과 AI의 영향 속에서 어떻게 삶을 헤쳐 나가야 할지 조언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진리 안의 사랑」에서 가르치신 바와 같이, 기술은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 낸 것이고 그 인간의 정신은 하느님과 긴밀히 일치된 것이기에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밝힌 베난티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분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신중함’을 가지고 AI와 기술의 양면성을 식별하며 비판적으로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강연은 인간 존엄성과 사회적 복지를 중심으로 한 기술 발전 필요성을 촉구하고 이에 대한 젊은이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책임을 상기시켜 주는 자리로 의미를 남겼다. ◆ 인터뷰 - 파올로 베난티 신부 "AI, 윤리적 발전과 성장 동반돼야 “윤리적 발전과 성장이 동반된 AI(인공지능) 기술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AI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어 우리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를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AI가 미칠 전망과 부정적인 면에 대한 생각을 묻자 베난티 신부가 들려준 대답이었다. “원자폭탄이 모든 건물을 파괴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와 걱정을 낳은 것처럼, AI 또한 인류 공동체를 파괴할 힘과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베난티 신부는 “양극화를 야기하고 가짜 뉴스를 유포해 우리 모두를 원수로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베난티 신부는 가장 우려되는 AI의 오용은 “‘범죄적 목적’에 사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제는 AI가 아니라 이를 악용하는 사람에게 있다”며 “운전면허증처럼 AI 이용이 가능한 증명서 발급이나 AI로 제작된 것을 명시하는 방안 등은 부정적 결과를 피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교황청은 지난 2020년 ‘AI 윤리에 관한 로마 선언’을 통해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베난티 신부는 이 선언의 의미를 “AI 윤리와 관련된 여러 논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6가지 주요 원칙을 제공한 것과 함께 여러 정부 기관뿐 아니라 21개 종교 대표단이 함께 서명하고 동참한 점”이라고 밝혔다. “AI는 매우 위대한 혁신입니다. 혁신이 성장을 동반할 때, 곧 공동선과 인류의 유익에 기여할 때 진정한 혁신이 됩니다. 인간이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과 성장의 도구로 사용할 줄 알게 될 때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베난티 신부는 지난 3월 7일 교황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AI가 ‘유사종교’로 기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서는 “당시 주제는 AI 답변을 신탁처럼 받아들이게 된다면, 즉 믿어야 할 무엇인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유사종교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며 “핵심은 인공지능이 생성해 낸 것을 분별할 수 있도록 훈련된 인식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교황청은 생명학술원 등을 통해 관련 연구와 성찰을 계속 진행 중이다. 생명학술원 위원인 베난티 신부는 “현재 ‘AI 윤리에 관한 로마 선언’을 토대로 전 세계 모든 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모델 고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평단협, ‘최양업 순례길’ 진행 중간보고 전국회의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 김연범 안토니오 신부, 이하 한국평단협)의 ‘최양업 신부님 시복시성을 위한 순례길 연구’가 열매를 맺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원주교구 배론성지로 향하는 135개 최양업 순례길 중 95개가 완성됐고, 나머지 코스도 올해 중 답사를 거쳐 경로가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평단협은 9월 7~8일 원주교구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에서 ‘최양업 순례길 진행 중간보고 전국회의’를 개최했다. 전국 12개 교구 배론길위원회는 전국회의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교구별 답사활동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8월 현재 전체 2800km에 이르는 최양업 순례길 중 약 70%에 이르는 95개 코스의 답사가 완료됐다. 회의 참가자들은 각 교구별 답사활동을 듣고 코스를 일부 조정하는 시간을 통해 답사를 마친 순례길 경로를 확정했다. 한국평단협은 10월 중 중간보고 전국회의를 한 차례 더 열고 최양업 순례길 전체 코스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최양업 신부님 시복시성을 위한 순례길 연구’ 최종보고 전국대회는 올해 12월 28일 열린다. 이번 전국회의에서는 전주·부산·마산교구 등 전국 각 교구와 최양업 신부의 활동을 살펴보는 연구강의도 열렸다. 회의 참가자들은 8일 오전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배론성지 내 최양업 신부 묘소를 참배했다. 한국평단협은 2022년 인천에서 열린 전국회의에서 ‘최양업 신부님 시복시성을 위한 순례길 연구’를 진행하기로 의결하고, 이듬해 1월부터 매월 첫 토요일 전국 15개 교구가 참여하는 줌(Zomm) 회의를 개최해 순례길 구성을 위한 연구작업을 지속해 왔다. 아울러 2023년 12월 원주교구 배론성지에서 열린 전국회의에서는 각 교구의 순례길 종점을 배론성지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 각 교구에서는 올해 1월부터 전국 각 교구 해당 코스 답사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본격 활동 시작, 교회의 사목적 배려는?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9월 3일부터 한국 가정에서의 활동에 들어간 가운데 교회 안에서도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과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적 추세를 비춰볼 때 필리핀을 비롯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공장 등 산업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다르게 한국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되는 ‘가정’에서 일한다는 점도 맞춤형 사목 필요성에 힘을 보탠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유상혁 요한 세례자 신부)는 8월 13일 주한필리핀대사관 협조로 서울시 역삼동 교육시설에서 가사관리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미사를 봉헌했다. 유상혁 신부는 “4주간 교육만으로는 문화가 다른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한국인 자녀를 돌보고 부모와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특히 초기엔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텐데, 이주사목위의 사목 시스템 안에서 앞으로 이들을 정서적·영적으로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 남아메리카의 외국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가톨릭공동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가사관리사라는 새로운 사례가 생긴 만큼 그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사목위 산하 서울필리핀가톨릭공동체(SFCC) 담당 아르빈 신부(Arvin Mosqueda, 필리핀 외방 선교회)는 “미사를 봉헌하며 파악한 바로 (100명의 가사관리사 중) 70명 정도가 신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사목위는 가사관리사들이 신앙생활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영어 미사가 있는 서울 시내 본당들을 소개하고, 한국어가 서툰 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본당도 안내할 예정이다.

종합

서울·수원·의정부 민화위, 북향민들과 함께 추석맞이 합동 위령미사 봉헌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서울대교구 민화위),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남덕희 베드로 신부)는 9월 7일 의정부교구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북향민들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합동 위령미사’를 처음으로 공동 주최했다. 이번 미사는 원래 서울대교구 민화위가 단독으로 추진하던 상황에서 경기도 권역에 거주하는 북향민(북한이탈주민)들의 요청으로 3개 교구가 함께 진행하게 됐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민화위 부위원장 정수용(이냐시오) 신부는 강론에서 “‘기억하는 한 살아있고, 기도하는 한 이뤄진다’말을 되새기며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가족, 멀리 떨어진 친지와 이웃들, 지금은 갈 수 없는 소중한 고향 땅을 함께 기억하고 기도하며 하느님께 은총을 청하자”고 제안했다. 미사에 참례한 북향민인 한 안나(서울대교구 중앙동본당) 씨는 “경기도에 사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며 “가족과 함께했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언젠가 고향으로 가겠다고 다짐하며 북녘 가족들을 위해 미사 중에 기도했다”고 말했다. 서울 민화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북향민은 약 3만 4천 명으로 이중 남한 사회에 정착한 지 5년 이상 되는 비중이 90%를 넘는다. 정수용 신부는 “그간 교회가 북향민의 초기 정착을 중심으로 지원·동반했다면, 이제는 사목적·영적 동반이 요청되고 있다”며 “이번 미사가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천주교 미사를 통해 함께 모여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3개 교구 민화위는 미사뿐 아니라 경기도 곳곳에서 모여든 북향민들 간 친목을 위해 레크리에이션도 준비했다. 레크리에이션 중 이기헌 주교(베드로·원로사목)가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미사에는 수원교구 민화위 위원장 허현 신부와 의정부교구 이은형(티모테오) 신부도 함께했다.

의정부교구 구리본당, ‘수택경로식당’ 새 보금자리 축복

의정부교구 구리본당(최성우 요한 세례자 신부)은 9월 6일 새로 이전한 수택경로식당 건물에서 축복식을 봉헌했다. 구리본당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수택경로식당은 지난 30년간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축복식을 주례한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신앙인은 하느님께 받은 많은 것들에 대한 응답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눠줘야 하는데, 구리본당은 경로식당을 통해 예수님께서 원하신 대로 이웃사랑의 모습을 보여줘 왔다”고 말했다. 이어 손 주교는 “어르신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주는 밥 한 그릇은 육체적 배고픔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증진해 또 다른 이웃사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최성우 신부는 인사말에서 “참석해 주신 내빈분들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하며, 좋은 말 백 마디보다 직접 도와주고 함께하는 봉사 한 번이 더 낫다는 걸 봉사자와 공동체 모두가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축복식은 성수 예식과 내빈 축사 및 축하 공연, 컷팅식으로 이어졌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간단한 다과회 시간도 마련됐다. 축복식에는 손 주교를 비롯한 교구 본당 사제들, 윤호중(마르티노) 국회의원, 구리시의회 신동화 의장 등 지역 내 인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참석했다. 새로 이전한 수택경로식당은 구리시 수택지구 사회복지시설 건물 1층에 들어섰다. 2층은 시니어클럽과 사무실, 3층은 강당과 옥상정원이 있다. 수택경로식당은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1994년 8월부터 주 5회 지역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해 오고 있다. 구리본당과 인근 본당 자원봉사자들이 조리와 배식을 도맡는다. 본당에 따르면 매일 평균 160여 명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거나 도시락을 배달받았다. 수택경로식당은 한 끼 식사와 더불어 독거 어르신들의 소통 장 역할을 겸하며 경로식당 제도가 도입된 초창기부터 한국 사회 노인복지 역사와 함께 해오고 있다.

‘구상 시인길’ 명예도로 표지석 제막식 개최

평생 구도자의 길을 걸었던 구상 시인(요한 세례자·1919~2004)을 기념하는 ‘구상 시인길’ 명예도로 표지석 제막식이 9월 5일 서울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구상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상국)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구상 시인의 딸인 소설가 구자명(임마쿨라타) 작가, 이상국 회장을 비롯한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임원진,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영등포구 문화예술단체 회원 등 70여 명이 참석해 ‘구상시인길’ 명예도로 표지석 제막을 축하했다. ‘구상 시인길’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의회 박현우(안셀모) 의원의 주도로 5월 16일 지정됐으며, 63스퀘어에서 여의도중학교, 여의나루역을 거쳐 LG트윈타워에 이르는 여의동로 1553m 구간이다. 구상 시인은 생전에 서울 영등포구에 30여 년 동안 살면서 한강을 소재로 하는 많은 시를 지었다. 표지석 제막식 행사 중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 이진훈 시인이 구상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강 16’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날 제막된 ‘구상 시인길’ 표지석은 높이 2m, 가로 0.9m 크기로, 구상 시인의 얼굴 모습과 ‘구상 시인길’ 지정 취지, 도로 구간 등이 표현돼 있다. 야간에도 표지석을 알아볼 수 있도록 표지석 상단 ‘구상 시인길’ 글자에 반사 시트지를 부착했다. 구자명 작가는 “선친 20주기에 ‘구상 시인길’이 제정돼 표지석을 제막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선친은 누구보다 진지한 역사의식의 바탕 위에서 글을 쓰고 사회적 삶을 사셨던 분으로 수많은 국가적 인물들과 교류하면서도 한 번도 자신의 소신이나 정의감에 어긋나는 타협이나 자리(自利)를 도모한 적이 없으셨다”고 말했다.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9월 5일 서울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 세워진 '구상 시인길' 표지석을 제막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