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안에서 경청·식별로 교회 미래 함께 고민한 ‘체험’이 중요
우려와 달리 과정 경험하며
결과 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나
교회 쇄신 향한 시노드 나눔
꾸준히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
시노드 교회를 향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가 마무리되고 있다. 2년 동안 진행되는 시노드의 가장 중요한 첫 발걸음은 교구 단계다. 대부분 교구가 교구 단계 시노드 모임을 마치고 교구 보고서를 주교회의에 제출했다. 교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의 체험과 논의 내용, 의미와 성과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한국교회는 보편교회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시노드 교회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지난해 10월 9일 교황청에서의 개막미사에 이어 17일 전 세계 교구에서 봉헌된 개막미사로 시작됐다. 이후 교구, 국가, 대륙별 경청의 과정과 식별, 종합의 단계를 거쳐 2023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재하는 본회의로 마무리된다.
■ 시노드 모임의 어려움
시노드 여정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시노드의 주제인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었다. 대부분 교구가 주교회의에 제출한 교구 보고서를 통해 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동합의성’이라는 용어로 번역됐다가 그것이 원래의 의미를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시노달리타스’라는 원래 단어를 그대로 사용할 만큼 이 주제는 한국 신자들이 이해하는데 문화적·언어적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대교구는 교구 보고서에서 “유럽 언어에 기반을 둔 용어인 ‘시노달리타스’의 풍요로운 의미를 한국교회 안에서 충분히 이해되도록 전달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한국교회에서 ‘서로 함께’라는 체험을 ‘시노달리타스’라는 개념과 연결지어 설명하고 논의 과정을 통해 정립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군종교구는 “개념 정립부터 어려웠던 시노달리타스 체험은 교구민 모두에게 도전이자 기회의 장이 됐다”고 전했고, 원주교구 역시 초기 단계부터 “시노달리타스의 취지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일 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는 교구 보고서에서 이와 함께 ‘성령의 체험’을 구체적인 생활 언어로 표현하기 역시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시노드 과정 전체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성령에 대한 체험은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소그룹 모임 대화에서 생기는 어려움이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했다. 서울대교구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전통과 현실로 인해 주의 깊은 대화와 경청의 자세가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짚었다. 또 여러 교구들이 교회 안의 권위주의와 순종적 태도에 익숙한 신자들의 자세를 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 역시 큰 현실적 어려움이었다.
■ 어려움 속에서도 풍요로운 시노드 모임 진행
다양한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각 교구는 나름대로 교구 현실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을 모색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교구 단계 시노드 모임을 진행했다. 춘천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를 명확히 경청-식별-종합 등 3단계의 회기로 구성했다. 모든 교구들의 시노드 모임 진행이 이러한 경청과 식별, 종합의 단계를 거쳤다.
경청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노드와 그 주제인 시노달리타스의 이해를 위한 교육과 홍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진행됐고, 이어 교구와 본당, 기관과 단체, 수도회 등 공동체 영역과 단위별로 소그룹 모임들이 조직됐고 대화가 진행됐다. 일차적으로 각 본당에서의 경청 모임이 중심이 됐지만 가능한 많은 하느님 백성들이 참여하도록 권고됨에 따라 대부분 교구가 본당에서의 경청 모임 외에 교구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목 분야의 경청 모임도 진행했다.
의정부교구는 본당 외 사목 분야의 경청 모임을 광범위하게 마련했는데 여기에는 지역의 시민사회와 이웃 종교, 이주민과 난민, 장애인 등이 포함됐다. 인천교구 역시 청년층과 북한이탈주민,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경청 모임을 마련했다.
가장 많은 경청 모임과 참여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의 경우, 교구 단계 시노드를 통해 232개 본당 중 174개 본당과 각종 사도직 단체에서 총 6038회의 소그룹 모임을 마련했다. 참가 인원만 3만1932명에 달했다. 소그룹 모임과 개별 제안을 통해 약 4만 건의 시노드 의견이 취합됐다. 그 외 교구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1000~2000여 명의 연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변화, 희망의 체험
시노드 초기 단계의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경청과 식별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각 교구 공동체는 변화의 조짐을 체험하기 시작했고, 모든 모임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분명하게 공동체의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제주교구는 교구 보고서에서 처음 시작 단계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 막연한 두려움, 단순한 회의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생각 등의 회의적 반응을 지적했다. 하지만 시노드 진행 과정에서 경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참여 신자들의 교회에 대한 책임감, 신자들의 신앙 감각 안에서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 등 변화의 체험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천교구는 교구 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느님 안에서 길을 찾는 식별의 과정을 통해 결과 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나 과정을 바라볼 수 있는 체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주교구도 “교구민들이 교회를 사랑하고 염려하고 있다는 점, 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길에 대해 함께 고민할 기회를 얻고 함께 대화하고 방향을 모색한 점이 기쁘고 희망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산교구는 “힘들고 껄끄러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시노드 모임에서 참여를 통해 친교를 체험했고, 경청을 통해 교회의 약점을 마주했으며, 친교의 원천이신 성령 하느님을 체험하고 시노드 여정의 동반자로서 함께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교회의 쇄신과 사명 수행을 위한 요청을 체험했다고 요약했다.
■ 지속적 쇄신의 기회
교구 단계가 마무리되고 교구 보고서가 주교회의에 제출됨에 따라 이제 주교회의는 각 교구의 보고서들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전체의 시노드 모임 결과를 종합한다. 이 보고서는 교황청에 전달되고 이어지는 대륙별 시노드 단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교구 보고서와 한국교회 종합 보고서는 시노드를 위한 자료로서의 의미로만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 교구는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한 이번 교구 단계 시노드가 교구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기회와 계기가 되기를 다짐하고 있다.
인천교구는 교구 단계 시노드 모임이 마무리됐지만 “개별적인 본당별, 단체별 시노달리타스의 나눔을 지속적으로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주교구 역시 교구민들이 “시노드 여정 자체에서 함께하시는 성령을 체험했음을 고백”하며 앞으로도 “시노달리타스가 교회가 가야 할 길임을 의식”하며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