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병 앓는 생후 3개월 인나야
카자흐스탄에서 온 올자스(33)와 알리마(28) 부부는 한창 태어날 아기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던 임신 23주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산전 검사 결과 아기의 심장에 3.6mm의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아기의 병명, 심실중격결손증은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중간 벽에 구멍이 있는 질환이다.
엄마 알리마씨는 아기 인나야가 처음 병을 진단받았을 때부터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수술이 이어졌다. 올해 2월 3.2kg으로 태어난 인나야는 청색증도 관찰돼 호흡을 돕는 수술을 받았다. 알리마씨는 “아기를 처음 봤을 때 우는 아기를 보고 그저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다”고 힘들게 말했다.
3.6mm인 심장의 구멍 크기는 심실중격결손이 큰 경우라 바로 교정 등의 수술을 하면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었기에, 아기는 태어난 지 보름 만에 심장의 부담을 완화 시켜주는 폐동맥밴딩 수술을 먼저 받았다. 6개월경이 되면 2차 수술인 단심실 교정 예정이며, 만 3세경에는 3차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알리마씨는 “이 복잡한 수술들을 아기가 견뎌낼 수 있을지도 문제지만, 비자가 없기 때문에 비싼 수술비 걱정으로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광주이주민지원센터의 허 발렌티나 수녀(미리내 성모 성심 수녀회)는 “이렇게 어려운 경우 안타깝게도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이 부부는 아기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엄마 알리마씨는 2017년, 아빠 올자스씨는 2018년에 카자흐스탄에서 돈을 벌러 여행 비자로 한국에 왔다. 외롭고 힘든 시간, 서로를 만나 의지하며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가 올해 아기를 낳게 됐다.
알리마씨는 임신 후 잦은 병원 검사로 경제적인 활동을 중단해야 했고, 올자스씨는 공사 현장에서 비정기적인 일용직으로 하루 8~10만 원 정도씩 월 200여만 원을 벌고 있다. 다세대 주택 원룸 월세에 공과금, 생필품과 본국 송금이 고정 지출되기에 아기가 퇴원 시 고지받은 88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다행히 광주이주민지원센터를 만나 센터에서 모은 돈과 지인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지불해 병원비는 8000여 만 원이 남은 상태다.
아기가 6개월이 됐을 때 수술을 받으려면 건강을 유지하고 체중을 늘려야 하는데, 병의 특성상 아기 체중이 잘 늘지 않는다. 숨을 헐떡이며 모유를 잘 먹지도 못하는 아기를 볼 때면 엄마 알리마씨는 가슴이 미어진다. 병 때문에 호흡기 감염, 폐렴 등의 합병증이 잦아서 아기는 퇴원 후에도 병원 입원과 퇴원을 다시 해야 했다. 허 수녀는 “아기가 열이 안 떨어지고 있을 때 아기 엄마가 앉아 있지도 못하고 많이 힘들어 보였다”고 전했다.
올봄엔 아기와 가족이 함께 벚꽃놀이도 가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화목한 가정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는 올자스씨 가족. 엄마 알리마씨는 “딸의 빠른 회복을 위해 매일 신께 기도한다”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허 수녀는 “이제 갓 태어난 아기가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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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phj@catimes.kr